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들려오던 온화하고 정확한 목소리, 그리고 주말 아침마다 TV 앞에서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짱구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를 이제는 새로운 작품으로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봉미선 역할과 서울 및 부산 지하철 안내방송으로 우리 국민 모두에게 친숙했던 베테랑 성우 강희선 님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가슴 아픈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향년 65세의 나이로 영면에 든 고인의 소식에 수많은 팬과 대중들이 깊은 슬픔에 잠겨 추모의 물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족과 성우계에 따르면 고인은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고인은 지난 2021년 대장암 진단을 받은 후 간으로 전이되는 등 힘겨운 시한부 선고 속에서도 무려 47차례나 되는 항암 치료를 견뎌내며 끝까지 마이크 앞을 지켰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먹먹함을 자아냅니다. 투병 생활 중에도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열정으로 녹음을 이어갔지만, 결국 병세가 악화되면서 오랜 시간 함께했던 작품들에서 하차하게 되었고 끝내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성우 강희선 님의 삶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방송 역사와 시민들의 일상 속에 깊이 녹아 있습니다. 1979년 TBC 성우극회 10기로 데뷔한 고인은 이듬해 방송 통폐합을 거쳐 KBS 성우극회 15기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고 도발적인 매력으로 외화 속 샤론 스톤이나 줄리아 로버츠 같은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의 목소리를 전담하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세대에게는 무엇보다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엄마 봉미선과 귀여운 돌 수집가 맹구 역할로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무려 2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결같이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어머니의 모습을 연기하며 수많은 이들의 어린 시절을 채워주었습니다.
고인의 활약은 단순히 TV 속 애니메이션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1996년부터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8호선, 그리고 부산 지하철 1호선에서 4호선의 안내방송을 맡아 대한민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일 듣는 일상의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이번 역은 시청, 시청역입니다라는 명확하고도 차분한 목소리는 바쁜 출퇴근길 시민들에게 작은 안정감을 주는 이정표였습니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을 당시 고인은 음정 변화가 없는 지하철 안내방송 더빙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일부 노선의 안내방송이 기계음과 AI 목소리로 대체되자 직접 가서 들어보니 사람의 정서가 묻어나지 않아 아쉬웠다는 진심 어린 소회를 밝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습니다.
고인이 남긴 명대사들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가슴 울리고 있습니다. 자식이 위기에 빠졌는데 가만히 있을 부모가 이 세상에 어디 있어? 부모에게 자기 자식은 목숨보다 소중해!라는 짱구 엄마로서의 대사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대사를 넘어 부모의 깊은 사랑을 대중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인은 KBS 성우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과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 등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성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현재 수많은 네티즌과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저의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근길마다 들었던 목소리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라며 애도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고인의 생전 인터뷰와 아름다운 목소리를 다시금 기억하고 싶으신 분들은
채널A 뉴스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고인의 발자취를 다시 한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오는 7월 6일 오전 7시 40분에 엄수될 예정입니다. 장지는 용인공원 아너스톤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만약 고인을 추모하고 그 시절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면, 주말 동안 고인의 목소리가 깃든 따뜻한 애니메이션 극장판을 다시 시청하거나 가만히 옛 지하철 안내방송 음원을 찾아 들으며 마음으로나마 마지막 인사를 건네보는 것도 뜻깊은 방법일 것입니다. 오랜 시간 우리의 귀와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일상을 동행해 준 성우 강희선 님의 명복을 빌며, 하늘 전당에서는 투병의 아픔 없이 평안히 영면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