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오늘 날씨만큼이나 먹먹하고 슬픈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1970년대 특유의 시원한 가창력과 당당한 무대 매너로 대중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은막의 스타이자 원조 K팝의 주역, 가수 옥희 님이 향년 73세를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지난 6월 20일 오후, 신장암 투병 끝에 경기도 수원의 한 호스피스 병동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으셨다는 소식에 많은 음악 팬들과 가요계 동료들이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가수 옥희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귀에 아른거리는 멜로디들이 있을 겁니다. 본명이 김광숙인 고인은 1968년 5인조 걸그룹 서울시스터즈의 리더로 데뷔하며 화려한 음악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키티 김이라는 예명으로 홍콩과 중동을 거쳐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플래밍고홀 같은 전설적인 대형 무대까지 누비며 전 세계에 한국 가요의 저력을 알린 1세대 선구자였습니다. 국내 귀국 후 1974년에 발표한 솔로 데뷔곡인 '나는 몰라요'는 그야말로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고, 이후 '눈으로만 말해요', '어디에 있을 것 같아', '이웃사촌'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70년대 가요계의 독보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투병 중에 가요무대에 서서 감동적인 무대를 보여주셨던 기억이 선명한데, 이렇게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게 되어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그녀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서사는 복싱 세계 챔피언 출신 홍수환 님과의 영화 같은 사랑 이야기일 것입니다. 한 차례 이별의 아픔을 겪었지만, 16년이라는 긴 세월을 돌고 돌아 1995년 재결합하며 세간에 뜨거운 감동을 안겼던 두 분의 러브스토리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진정한 인생 동반자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홍수환 님은 고인이 지난해 신장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극진하게 아내의 병상을 지키며 간호에 힘썼다고 전해집니다. 아내를 향한 남편의 애틋한 마음과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 가족들의 사랑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밝혀주었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현재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으며, 수많은 동료 가수들과 팬들의 애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장례는 대한가수협회장으로 엄수될 예정입니다.
시대를 풍미했던 큰 별이 지고 나면, 우리 같은 평범한 팬들은 고인이 세상에 남겨둔 아름다운 음악들을 다시금 찾아 들으며 그 시절의 추억을 반추하곤 합니다. 혹시 이번 주말에 고인의 발자취와 따스했던 70년대의 아날로그 감성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서울 종로나 을지로 일대에 자리한 오래된 레트로 LP 바나 전통 실비 음악 카페를 방문해 보시는 것을 조심스럽게 추천해 드립니다. 화려하고 시끄러운 최신식 펍 대신 옛날 턴테이블이 돌아가는 차분한 공간에서 고인의 명곡인 '이웃사촌'이나 '나는 몰라요'를 조용히 신청해 감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깊은 추모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LP 바를 방문하실 때 활용하기 좋은 실용적인 팁도 몇 가지 정리해 드립니다. 우선 직장인들과 연인들이 많이 몰리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 시간대는 공간이 매우 혼잡하고 소음이 커 음악에 온전히 몰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신 평일 늦은 오후나 해가 질 무렵인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에 방문하시면,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고인의 목소리를 한층 더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습니다. 방문 예산은 음료나 간단한 차 한 잔을 기준으로 약 1만 원에서 2만 원 내외로 생각하시면 부담 없이 아날로그 여행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특별히 챙겨야 할 거창한 준비물은 없지만, 고인을 기리는 따뜻한 마음과 진심 어린 신청곡 한 구절을 메모지에 적어 낼 준비를 하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의미 있는 나들이 코스가 될 것입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빛바래지 않는 명곡의 힘은 참 대단합니다. 집에서 조용히 고인의 옛 무대 영상을 찾아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생전 고인의 시원시원한 가창력과 에너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방송 클립 영상을 소개해 드립니다. 유튜브를 통해
KBS 백투더뮤직 싱어롱 옥희 출연 영상이나 가요무대 이웃사촌 무대 영상을 찾아보시면, 당대 무대를 휘어잡던 원조 K팝 스타의 당당한 풍모를 다시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유작인 '인생 열차'와 '고마운 사랑'이라는 노래 제목처럼, 그녀가 걸어온 음악 인생 열차는 수많은 대중에게 진한 위로와 고마운 사랑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이제는 무거운 병마를 모두 내려놓고 하늘나라에서 아픔 없이 평안하게 영면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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