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전 세계 미술계와 대중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현대 미술의 살아있는 신화이자, 우리에게는 강렬한 푸른빛의 수영장 그림으로 너무나 친숙한 영국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가 향년 88세의 일기로 별세했다는 소식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호크니는 89번째 생일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런던의 자택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팬데믹 시절 봄은 결코 캔슬되지 않는다라는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아이패드로 그린 활짝 핀 꽃들을 전 세계에 선물하며 따뜻한 위로를 건넸던 그였기에, 그의 부고는 더욱 깊은 여운과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이자 현대 미술의 역사였습니다. 1937년 영국 브래드퍼드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부터 미술계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혁신가였습니다. 논문을 쓰는 대신 그림으로 평가받겠다며 졸업 과제를 거부하기도 했고, 동성애가 범죄로 여겨지던 삼엄한 시절에도 자신의 정체성과 욕망을 당당하게 캔버스에 녹여냈습니다. 그의 예술 세계를 활짝 꽃피운 곳은 다름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였습니다. 영국 북부의 어둡고 흐린 하늘 아래서 자란 호크니는 로스앤젤레스의 강렬한 햇살과 자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수영장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그의 상징과도 같은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입니다. 방금 누군가 다이빙을 하고 지나간 듯 캔버스 한가운데 튀어 오르는 하얀 물보라는 시시각각 변하는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붙잡아둔 호크니만의 마법이었습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예술가의 초상(두 인물이 있는 수영장)은 지난 201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생존 작가 중 최고가인 903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70억 원에 낙찰되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호크니는 이러한 상업적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를 평생 학생이라 부르며 끊임없이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유화와 아크릴화는 물론이고 사진 콜라주, 팩스기, 그리고 노년에는 아이패드를 손에 쥐고 디지털 드로잉이라는 새로운 예술 언어를 개척했습니다.
그의 평생에 걸친 예술적 여정을 다룬 외신 기사를 보면, 그가 얼마나 세상을 바라보는 기쁨을 순수하게 사랑했는지 잘 드러납니다.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데이비드 호크니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 예술가입니다. 지난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그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은 무려 4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국내 미술관 역사상 역대급 흥행 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당시 전시장 앞을 가득 메웠던 긴 대기 행렬과 굿즈를 사기 위해 모여들었던 수많은 인파는 호크니가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받는 작가인지를 증명해 주었습니다. 비록 거장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찬란한 색채와 삶을 향한 따뜻한 시선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거장의 마지막 길을 추억하며 그가 남긴 예술적 온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호크니를 테마로 한 가벼운 미술 나들이를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서울 시내에서 호크니를 가장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이나 대형 예술 서적 전문 도서관을 방문하는 것입니다. 특히 삼청동 일대의 예술 도서관이나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같은 공간에서는 호크니의 일생과 모든 작품이 거대한 스케일로 담긴 한정판 도서인 에이 비거 북(A Bigger Book)을 소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게만 60kg에 달하는 이 거대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가 사랑했던 요크셔의 들판과 노르망디의 정원을 마주하다 보면, 마치 그와 함께 미술관을 거니는 듯한 특별한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 공간을 방문할 때 활용하기 좋은 실용적인 팁도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주말에는 문화 시설을 찾는 사람들이 몰려 혼잡할 수 있으니, 개관 시간 직후인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의 이른 오전을 공략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거장의 흔적을 온전히 음미할 수 있는 나만의 혼잡 시간 회피 팁입니다. 별도의 거창한 전시 입장료 없이 대형 서점의 미술 코너나 공공 예술 라이브러리를 이용한다면 커피 한 잔 값의 예산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추억 여행이 가능합니다. 방문하실 때는 가방 속에 작은 노트나 태블릿 PC를 챙겨보세요. 테라스나 근처 카페 창가에 앉아, 호크니가 그랬던 것처럼 6월의 푸른 나뭇잎과 내리쬐는 햇살을 나만의 시선으로 가볍게 스케치해 보는 것도 그를 기리는 멋진 방법이 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캔버스에 담아내며 우리에게 시각적 축제를 선사했던 데이비드 호크니. 비록 그의 육신은 평화로운 안식에 들었지만, 그가 가르쳐 준 세상을 바라보는 즐거움과 뜨거운 열정은 영원히 지지 않는 봄처럼 우리 곁에 머무를 것입니다. 거장이 직접 전하는 삶과 예술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테이트 모던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을 통해 만나보며 그가 남긴 푸른 수영장 속으로 잠시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