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저녁 TV 앞을 지키던 수많은 분들이 아마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신나는 멜로디 속에 언제나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던 그룹 거북이의 영원한 리더, 고 터틀맨 임성훈님이 우리의 곁으로 다시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19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히든싱어8 대망의 여덟 번째 원조 가수로 터틀맨이 등장하면서 온 오프라인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올해로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18주기가 되었고, 거북이가 데뷔한 지는 25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이번 무대는 더욱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스튜디오에 나란히 자리한 멤버 지이와 금비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방송은 단순한 모창 대결을 넘어 세상에서 가장 유쾌하고도 눈물겨운 추모식의 현장이었습니다. 특히 팬들의 마음을 더욱 울린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는데요. 생전 터틀맨은 활동했던 7년 동안 단 한 번도 립싱크를 하지 않고 오직 라이브 무대만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궂은 날씨나 열악한 현장 속에서도 라이브를 고집했던 그의 철칙 때문에, 제작진은 깨끗한 스튜디오 음원이 아닌 과거 실제 라이브 무대 실황에서 목소리를 추출해 대결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역대급으로 높은 난이도의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본격적인 경연이 시작되기 전, 생전 그의 신념이 담긴 목소리가 흘러나왔을 때는 판정단뿐만 아니라 시청자들 모두가 숨을 죽였습니다. 무대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내 갈 길을 가겠다던 그의 뚝심이 목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스튜디오는 경악과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거북이의 메가 히트곡인 빙고를 시작으로 쟁쟁한 모창 능력자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싱크로율을 선보였습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멤버들과 현장을 찾은 터틀맨의 친형마저 모두 진짜 성훈이 같다며 혼란스러워했을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반전의 주인공들이 숨어 있어 몰입도를 더했습니다. 개그맨 문세윤과 가수 더레이가 모창 능력자로 깜짝 등장해 완벽한 무대를 꾸몄고, 각자의 자리에서 거북이의 노래로 삶의 희망을 얻었던 일반인 출연자들의 가슴 절절한 사연이 이어졌습니다. 지체 장애를 이겨내고 기부 활동을 이어가는 출연자부터, 가장 힘들었던 시절 빙고를 들으며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는 고백까지, 그가 남긴 음악이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 주고 있음을 증명하는 자리였습니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고기왕 터틀맨이라는 닉네임으로 참여한 모창 능력자 박현빈님이 우승을 차지하며 원조 가수의 탈락이라는 아름다운 기적을 완성했습니다.
우리가 여전히 거북이의 음악을 그리워하고 찾아 듣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들의 음악에는 가식 없는 순수한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터틀맨은 심근경색이라는 무거운 질환을 앓으면서도 본인의 음반 수익 대부분을 치료비에 쓰면서까지 끝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습니다. 대중에게 오직 밝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했던 그의 진심을 알기에, 비행기나 신나고 같은 노래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번 방송의 감동을 더 생생하게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미리 공개되었던
히든싱어8 거북이 터틀맨 편 공식 예고편 영상을 통해 그 뜨거웠던 분위기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이번 방송을 계기로 다가오는 주말에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거북이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메모리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특별한 준비물 없이도 거북이의 전곡을 담은 플레이리스트만 있다면 훌륭한 드라이브 코스가 완성됩니다.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계절이나 빙고를 크게 틀어놓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조금 더 경건하고 깊이 있게 그를 추모하고 싶다면, 그가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경기도 안성시 소재의 유토피아추모관을 방문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이곳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 고인을 기리며 사색에 잠기기에 좋습니다. 주말에는 다소 방문객이 몰릴 수 있으니 한적함을 원하신다면 평일 오전 시간대나 늦은 오후에 방문하시는 것이 팁입니다. 방문하실 때는 가벼운 겉옷을 챙기시고, 추모관 주변의 한적한 산책로를 걸으며 그가 남긴 긍정의 가사들을 마음속으로 되새겨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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