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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만평
2026-03-09

저장공간 부족 알림과 내 인생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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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에 "저장공간이 부족합니다" 알림이 온다. 사진 4만 장, 앱 200개. "뭘 지울까" 하다가 10분 뒤 "나중에 하자" 하고 알림만 끈다. 다음 주에 또 온다. 나의 디지털 인생도 비슷하다. 할 일은 쌓이고, "나중에"만 반복한다. 저장공간과 시간, 둘 다 한계가 있는데 정리하기가 싫다.

IT·과학 뉴스는 매일 "새 기술" "새 서비스"를 알려준다. 더 빠르고, 더 많이 저장하고, 더 편하게. 근데 우리 폰은 여전히 부족하고, 우리 시간은 여전히 24시간이다. 기술이 늘어나도 우리 용량은 그대로다. 그걸 "업그레이드"로 해결한다. 새 폰 사면 128GB가 256GB로. 그동안 쌓인 쓰레기는 그대로 옮긴다. 정리의 기술을 모른다.

사진 한 장 지우는 게 왜 이렇게 어렵지. "나중에 볼 수도 있겠지" "의미 있는 순간인데" … 4만 장 중 진짜 의미 있는 건 400장도 안 될 텐데. 그걸 아는 순간에도 지우지 않는다. 디지털 hoarding. 물건만 hoarding이 아니었다. 데이터도 쌓인다. 우리 뇌의 "나중에" 서랍이 폰으로 옮겨진 거다.

내 해법은 없다. 있다면 "가끔 대충 지우기"다. 오래된 스크린샷부터. 그다음 안 쓰는 앱. 사진은 손대지 않는다. 사진은 나중에. 그 "나중에"가 언제인지는 모른다. 그래도 알림이 올 때마다 "아, 맞다" 하고 10분 고민하다가 다시 미룬다. 그게 나의 디지털 습관이다.

오늘도 저장공간 알림이 왔다. 내일 지울란다. 내일도 안 할 것 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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