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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만평
2026-03-09

약속 취소하고 집에 남는 날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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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취소되면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아 오늘 어쩌다 못 가게 됐어" 연락 오는 순간, 숨겨진 미소가 난다. 죄책감 10%, 해방감 90%. 그날 저녁은 넷플릭스와 침대와의 삼자 회동이다. 문화·생활의 진정한 럭셔리는 "안 나가는 것"이 아닐까.

요즘 다들 바쁘다. 캘린더에 일정이 빽빽하고, "다음 주는 어때?" "그다음 주는?" 하다가 한 달이 간다. 그런데 정작 만나면 "요즘 뭐해?" "그냥 있어"로 끝나는 대화가 많다. 만나서 하는 얘기가 만나기 전 문자보다 짧을 때가 있다. 그래도 만나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사회적 의무.

취소당하는 건 은근히 선물이다. 시간이 생긴다. 그 시간에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해야 할 일"이 하나 줄었다. 나는 그 시간에 보통 아무것도 안 한다. 그게 목적이다. 계획 없는 빈 시간. 20년 전엔 그냥 "심심한 날"이었는데, 지금은 "취소 덕분에 생긴 날"로 격상했다.

내 의견은 이거다. 가끔은 먼저 취소해 보자. "오늘 컨디션이…" "갑자기 일이…" 한 번쯤은 거짓말 아닌 핑계로 약속을 줄여도 된다. 상대도 숨겨진 미소를 짓고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취소해 줄 수 있다. 그게 현대적 예의다.

오늘도 누군가의 약속이 취소됐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 묻고 싶다. 기분 좋지,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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