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깔 때, 서비스 쓸 때, 매번 나오는 게 약관이다. "전체 동의" 체크하고 다음, 다음, 다음. 0.3초 만에 47페이지를 동의했다. 뭘 동의했는지 모른다. 나중에 문제 생기면 "동의했잖아"라고 들을 거라는 건 안다. 그래도 읽지 않는다. 읽는 시간이 아깝다. 그게 우리의 계산이다.
IT·과학 뉴스는 개인정보, 플랫폼 책임, AI 규제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사용자 동의"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정작 사용자인 나는 동의할 때 뭘 동의하는지 모른다. 전문 용어와 긴 문장, 작은 글씨. 설계된 불편함인지, 그냥 법적 필수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동의"만 누르면 된다.
쿠키 동의 창도 비슷하다. "필수 쿠키" "선택 쿠키" … "모두 거부"를 누르면 사이트가 제대로 안 돌아가는 곳이 있다. 선택의 자유라고 하면서, 사실 선택지는 "동의" 하나뿐인 경우가 많다. 그걸 "동의"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근데 그걸 따지면 인터넷을 못 쓴다. 그래서 동의한다.
내 타협안은 이거다. 뭘 동의했는지 모르되, 최소한 "전체 동의"는 피한다. 필수만 체크하고, 선택은 거부한다. 그게 가능한 곳에서만. 불가능한 곳에서는 한숨 쉬고 전체 동의한다. 완벽한 해법은 없다. 그냥 0.3초를 1초로 늘리는 게 내 저항의 전부다.
오늘도 뭔가에 동의했다. 뭔지는 기억 안 난다. 아마 괜찮을 것이다. 아마.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