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화의 70%가 "뭐가 좋아?"로 시작한다. 맛집, 영화, 드라마, 카페. 우리는 결정을 남에게 맡기고, 남은 "나도 몰라"라고 한다. 결국 둘 다 "그럼 아무거나"로 끝나고, 아무거나 먹고 나서 "별로였는데"라고 후회한다. 추천의 시대, 선택의 피로.
문화·생활이란 게 원래 "뭐 할까"에서 시작한다. 근데 할 게 너무 많아졌다. 스트리밍에는 작품이 수천 개, 맛집 리스트는 끝이 없고, 주말에 갈 곳은 "인스타 감성"으로 검색해야 나온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선택이 어려워진다. 역설이다. 20년 전엔 "거기 가자" "그거 보자"가 전부였는데.
추천 알고리즘은 우리 취향을 학습한다고 한다. 근데 가끔 "이게 왜 추천돼" 싶을 때가 있다. 내가 한 번만 본 그 거, 왜 계속 나오지? 알고리즘은 학습했지만 오해한 것 같다. 인간 관계도 비슷하다. "너 좋아하는 거 알지" 하고 골라 주는데, 사실 별로일 때가 있다. 추천은 위험하다.
내 의견은 이거다. "뭐 먹어?"에 "네가 골라"라고 말하는 용기를 가지자. 틀려도 괜찮다. "별로였어"라고 말할 권리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추천 없이 그냥 들어간 집, 그냥 고른 영화가 인생 맛집·인생 영화가 되기도 한다. 계획 없는 선택의 행운.
오늘도 누군가 "뭐 먹을까" 물었을 것이다. 나는 "네가 골라"라고 했고, 상대는 "나도 몰라"라고 했다. 우리는 10분 후 배달 앱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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