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느끼는 건, 내가 IT를 쓰는 게 아니라 IT가 나를 쓰고 있다는 거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본인 인증해 주세요" "비밀번호 만료 3일 전" "앱 업데이트 47개" … 나는 그냥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을 뿐인데, 세상은 나에게 먼저 열 가지 결심을 요구한다.
IT·과학 뉴스는 매일 "혁신"과 "보안"이 동시에 나온다. 뭔가 편해지는 기술이 나오면, 곧바로 "그래서 해킹당하면 어쩌냐"는 얘기가 따라붙는다. 결국 우리는 편의를 누리면서도 비밀번호를 3개월마다 바꾸고, 인증번호 받고, 약관에 동의한다. 20년 전엔 "인터넷 하자"가 끝이었는데, 지금은 "인터넷 하려면 먼저 이걸 해라"가 10단계다.
그래도 말이다. 새 폰 사서 데이터 옮기고, 앱 깔고, 알림 끄고 나면 뭔가 "내 세상 정리했다"는 만족감이 있다. 그게 진짜 정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만이라도 좋으면 장땡이다. 과학이 주는 건 사실 그 "일단 해냈다"는 느낌에 가깝다.
내 의견은 간단하다. IT에 완전히 발을 빼기는 어렵고, 완전히 빠져들면 정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알림은 대부분 끄고, 비밀번호는 한 번에 바꿀 건 모아서 바꾸고, "필수" 업데이트만 한다. 나머지는 "나중에"로 미룬다. 그게 2020년대를 사는 나의 작은 저항이다.
오늘도 "비밀번호를 변경해 주세요" 문자가 왔다. 내일 할란다. 오늘은 그냥 블로그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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