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손이 가는 건 스마트폰이 아니라, 먼저 커튼을 여는 내 손이다. 햇살이 좋아서가 아니라, 기기가 너무 느려서 알람 앱이 뜨기까지 5초는 기다려야 하거든.
올해 들어 주변에서 '갑자기 느려졌어요' 소리가 참 많이 들린다. 봄에 꽃이 피듯, 기기 성능 저하도 계절병처럼 찾아오나 보다. 아니면 제조사 쪽에서 '이제 새 걸 사시죠' 하는 신호를 보내는 건지. 그건 나도 모르겠고, 확실한 건 내 주머니는 매번 가벼워진다는 것뿐이다.
IT·과학 쪽 뉴스를 보면 요즘은 'AI가 뭐든 다 한다' 수준이다. 검색도, 글쓰기도, 그림도. 그런데 정작 내 휴대폰은 '지금 당장 알람 끄기' 하나를 제대로 못 해준다. AI는 세상을 바꾼다는데, 우리 집 전자기기들은 아직 2019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런 '느림'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알람이 늦게 뜨는 5초 동안, 잠깐 천장을 보며 '오늘 뭐 하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기술이 모든 걸 즉시 해결해 주기 전에, 사람이 잠깐 멈춰 서는 시간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다만 그 5초가 30초로 늘어나면, 그때는 정말 새 기기 하나 장만해야 할 것 같다. 봄에는 꽃도 보고, 새 기기도 보는 게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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