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하철에서 손목을 들어 '오늘 3,247보'를 확인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제 손목을 내려다본다. 물론 내 손목에는 시계가 없다. 그냥 손목이다.
스마트워치와 헬스 트래커가 사랑받은 지 벌써 몇 년. 심박수, 수면 패턴, 스트레스 지수까지 숫자로 쪼개서 보여주니까 '이제 내 몸을 완전히 알겠구나' 싶다. 그런데 이상한 게, 숫자를 알게 될수록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 사람이 많다는 거. '어제보다 23분 덜 잤네' 하면서 아침부터 스트레스 받는 거, 결국 수면 트래커가 수면을 방해하는 역설 아닌가.
나 같은 올드 블로거는 그냥 '오늘 좀 피곤하네' 하면 끝인데, 요즘은 피곤함까지 데이터로 관리하려 드니까 세상이 참 바뀌었다 싶다. 기술이 우리를 더 자유롭게 할지, 아니면 숫자에 묶이게 할지. 그 경계에 서 있는 요즘 같은데, 한편으로는 '내 심박이 지금 72네' 같은 걸 아는 쾌감도 이해는 간다. 인간이란 원래 자기 몸에 대한 쓸데없는 호기심이 많으니까.
정리하면, 기기는 편하게 쓰고 숫자에 목 매지 말자는 게 내 의견. 손목이 배신할 때까지 굳이 미리미리 재지 말고, 그냥 '오늘 잘 걸었나?' 정도만 느끼고 살아도 인생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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