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메일 쓰다가 자동완성에 살짝 눌렀다가, 아니 나 이거 안 쓰려고 했는데—하고 지우는 나를 발견했다.
IT·과학 쪽 얘기만 하면, 요즘은 검색어 치다 보면 검색엔진이 먼저 "이거 찾으시죠?" 하고 손을 내밀고, 채팅창은 내가 세 글자만 쳐도 문장을 끝까지 대신 써 준다. 편한가? 당연히 편하다. 그런데 가끔 생각한다. 우리가 '검색'을 하는 건지, '선택'만 하는 건지.
예전에는 키워드를 골라 넣고, 결과 목록을 쭉 훑고, 링크 하나하나 들어가 보는 게 검색이었는데, 지금은 질문을 문장으로만 잘 쓰면 답이 요약돼서 나온다. 시간은 확 줄었지만, 그 과정에서 스치듯 보이던 다른 뉴스나 링크 한 줄은 이제 잘 안 보인다. 얻은 것과 잃은 것, 둘 다 있는 것 같다.
과학 쪽으로 치면, AI가 대화·요약·번역을 맡기 시작한 지도 꽤 됐다. 좋은 도구가 되려면 '편하다'만으로는 부족하고, 우리가 무엇을 더 잘하게 해 주는지, 무엇을 대신해서 우리가 덜 하게 되는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자동완성 제안을 한 번 거절하고, 직접 끝까지 쳐 보기로 했다. 오타 나도 말이다.
—오늘도 검색창과 자동완성과 살짝 씨름한 블로거의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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