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색전증
폐색전증은 혈관 속에 '혈전'이라는 찐득찐득한 피떡이 생겨서 발생합니다. 정상적으로는 맑은 혈액이 폐로 잘 흘러가야 하지만, 혈전이 생기면 혈액이 폐로 잘 가지 못합니다.
폐는 우리가 숨쉴 때 공기 속 산소를 혈액에 실어 각 기관에 보내주는 매우 중요한 기관입니다. 마치 기차역처럼 산소(승객)와 혈액(기차)이 만나는 곳입니다. 그런데 혈전 때문에 혈액이 폐에 잘 도착하지 못하면, 몸에 여러 가지 이상이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혈전이 폐로 가는 혈관을 막아서 생기는 병을 '폐색전증'이라고 합니다.
'폐동맥'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동맥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이 혈관 안에는 정맥혈이 흐릅니다. 이는 이름 때문에 생긴 오해입니다. 보통 심장에서 나가는 혈관을 '동맥'이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폐동맥은 심장의 오른쪽 아래 방(우심실)에서 나와 폐로 가는 혈관입니다. 그래서 '동맥'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산소가 적은 정맥혈이 흐릅니다.

폐 색전증은 폐동맥을 피떡(혈전)이 막아 정상적인 폐의 기능인 산소 공급을 억제하여 호흡 곤란을 만들고, 우심실의 기능을 떨어뜨려 저혈압이나 쇼크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혈압 저하나 쇼크가 동반된 중증 폐 색전증의 사망률은 30~50% 로 높지만, 전체 폐 색전증의 5% 미만이며, 대부분의 폐 색전증의 사망률은 2~3% 정도로 적절한 진단을 통해 치료를 잘 할 수 있습니다. 폐 색전증은 대부분 하지의 심부 정맥 혈전증이 먼저 발생하고 이 심부 정맥 혈전증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폐렴이나 최근의 코로나 감염증처럼 폐 자체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맥혈전증
1. 폐색전증
2. 심부정맥혈전증
폐색전증의 발생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을 때(활동 저하, 혈액 흐름 저하)
2.혈액이 뭉치기 쉬워질 때(혈액 응고 경향 증가)
3.혈관 안쪽이 상처를 입었을 때(혈관 내피 세포 손상)
각 원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신체 활동이 감소하면 혈액 순환이 저하됩니다. 예를 들어, 부상으로 인해 장기간 누워있거나 장시간 비행기를 탑승할 때는 체내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PC방에서 오랜 시간 앉아있다가 호흡 곤란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사례도 있습니다.
둘째, 혈액이 쉽게 응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 동일한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폐색전증이 발생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셋째, 혈관 내피 세포가 손상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혈관 내벽은 매우 매끄러워서 혈액이 원활히 흐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피 세포에 손상이 생기면, 혈액이 그 부위에서 응고되기 쉽습니다.
이 세 가지 요인 중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폐색전증의 위험이 증가합니다. 따라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신체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위험군 폐 색전증은 급작스런 심정지, 폐 색전증에 의한 쇼크나 혈압저하, 인공호흡기를 사용할 정도의 심한 저산소증이 발생하는 경우로 사망률이 30~50%로 높지만, 전체 폐색전증의 약 5% 정도로 비율은 적습니다.
고위험군 폐 색전증은 중환자실 입원이 필요하고, 수술이나 혈전 제거시술, 혈전 용해술 등의 치료를 항응고 요법에 추가로 할 수 있습니다.
중간 위험군 폐 색전증은 심정지나, 저혈압 쇼크가 오지는 않았지만, 폐동맥에 혈액을 공급하는 우심실의 기능이 떨어지고, 심장 근육이 망가진 흔적인 각종 심근 표지자(트로포닌)라는 혈액 검사 이상 소견이 동반됩니다. 인공 호흡기나 심폐 소생술, 그리고 시술이나 수술을 하지 않지만, 중간 위험군 환자 중 일부는 적절한 항응고 요법을 하여도 고위험군으로 초기 치료 1주일 안에 진행할 수 있어, 통상 중환자실로 입원하여 치료를 받습니다. 중간위험군 폐 색전증의 입원 사망률은 5~10% 정도로 급성 심근경색증 등 다른 중증 심혈관계 질환과 유사합니다.
저위험군 폐 색전증은 전체 폐 색전증의 70~80% 이상을 차지하는 대부분의 폐 색전증으로, 사망률도 2~3% 정도로 고위험군이나 중간 위험군보다 낮습니다. 이 경우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 병실로 입원하여 항응고 요법이라는 약물 요법만 시행하게 됩니다. 저위험군 폐 색전증 중 젊은 연령층이고, 다른 동반 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진단 후 경구 항응고제를 처방하고 입원 없이 외래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치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폐 색전증과 같은 정맥 혈전증은 피떡(혈전)이 정맥을 막게 되어 증상을 나타내는 병태생리를 보입니다. 하지의 심부 정맥에 혈전이 생기면 하지 정맥의 흐름을 막게 되어 막힌 부분의 아래쪽 다리가 심하게 붓고 아플 수 있습니다. 하지의 심부 정맥 혈전증이 혈류를 따라 이동하여 폐동맥을 막게 되는 경우가 폐 색전증인데, 통상 하지 정맥의 혈전이 갑자기 폐로 날아가는(색전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급성으로 갑자기 심한 호흡 곤란이나 가슴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초고령화 시대의 폐색전증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폐색전증 환자의 70%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자에서 발생합니다. 말 그대로 주로 나이 많은 분들에게 생기는 병입니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입니다. 또한 나이가 들면 뼈가 잘 부러지고 암 발생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폐색전증이 점점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심부 정맥 혈전증과 폐색전증 같은 정맥혈전증의 발생 건수는 아직 서양에 비해 절반에서 3분의 1 정도로 적지만, 2011년, 2018년, 2020년 국내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인구 1십만 명당 발생 건수가 각각 13.8건, 23.4건, 53.7건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폐색전증 발생 시 나타나는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호흡곤란 - 폐색전증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증상입니다. 폐로 가는 혈관이 막히면 폐에서 산소 교환이 원활하지 않아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흉통 - 폐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흉부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통증은 호흡 시 더욱 심할 수 있습니다.
3.어지러움 -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4.저혈압 -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서 혈압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5.빈맥 - 심장이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더 빨리 뛰게 되어 심박수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6.기침 - 일부 환자에서는 혈액이 섞인 기침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 특히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 발생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흔한 호흡곤란의 원인으로는 천식 악화, 만성폐쇄성폐질환 악화, 폐렴, 심부전 악화, 기흉, 심근경색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원인이 아닐 경우 폐색전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증상을 인지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폐색전증 조기 발견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제 폐색전증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과거에는 폐색전증을 진단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수술이나 복잡한 검사를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현재는 '컴퓨터 단층 촬영(CT)'이라는 특별한 촬영 방법을 사용합니다. CT를 통해 폐 속의 혈관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CT 검사는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1. 먼저 팔에 조영제라는 특수한 물질을 주사합니다.
2. 그 후 CT 기계를 사용해 폐의 사진을 촬영합니다.
3. 촬영한 사진에서 폐 속 혈관의 상태를 정확히 볼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폐 혈관은 CT 사진에서 하얗게 보입니다. 조영제가 혈관 속을 가득 채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폐색전증이 있으면 혈전이 혈관을 막아 조영제가 통과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 CT 사진에서 해당 부위가 회색으로 나타납니다.

자, 이제 폐색전증 치료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폐색전증을 치료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항응고제'라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입니다. 이 약은 최소 3개월 동안 복용해야 합니다.
항응고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혈전이 더 커지지 않도록 막아줍니다.
2. 새로운 혈전이 생기는 것도 방지합니다.
3. 우리 몸이 스스로 혈전을 녹이도록 도와줍니다.
혈전이 자라는 과정은 눈사람을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크다가 일정 크기 이상이 되면 빠르게 자랍니다. 그래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와파린'이라는 약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 약은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1. 특정 음식을 피해야 했습니다. (예: 청국장, 시금치 등)
2. 자주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요즘은 더 편리한 새로운 약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 약을 '직접경구 항응고제'라고 부르지만, 그냥 '새로운 항응고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약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음식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2. 용량 조절을 위한 혈액검사가 필요 없습니다.
3. 복용 방법이 표준화되어 복용이 편리합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환자들이 이 약을 처방받습니다. 2013년에 출시된 후로 폐색전증 환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이 약을 복용합니다. 국내에 출시되어 사용 가능한 약으로는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에독사반 등이 있습니다. 국제 가이드라인의 치료 지침에서는 2016년 이후 새로운 항응고제를 처방약제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환자들에게 더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험도에 따른 폐색전증 분류
폐색전증의 위험도와 그에 따른 치료는 사망 위험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눕니다.
고위험군
혈압이 낮아지거나 쇼크가 동반된 폐색전증은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전체 폐색전증 환자의 5% 미만이 이 범주에 포함되지만, 사망률은 30~50%로 상당히 높습니다. 고위험군 폐색전증은 갑작스러운 심정지, 쇼크나 저혈압, 인공호흡기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저산소증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하며, 항응고 요법 외에도 수술이나 혈전 제거 시술, 또는 혈전 용해술 등의 추가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중간위험군
중간위험군 폐색전증은 심정지나 저혈압 쇼크는 없지만, 우심실 기능이 저하되거나 혈액 검사에서 심장 근육 손상의 흔적이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 그리고 수술이나 시술은 하지 않더라도 고위험군으로 진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통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받습니다. 중간위험군의 입원 중 사망률은 5~10% 정도로, 다른 심혈관계 질환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저위험군
저위험군 폐색전증은 전체 폐색전증 70~80%를 차지하고, 사망률도 2~3%로 낮은 편입니다. 대부분 일반 병실에 입원하며 항응고제 치료만으로 충분합니다. 특히 젊고 다른 동반 질환이 없는 환자는 입원하지 않고 경구 항응고제를 처방받아 외래에서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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