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염
췌장은 이자라고도 불리며 소화를 담당하는 장기입니다. 위, 소장, 간, 담도 등 대부분의 소화와 관련된 장기는 복벽 앞부분에 있습니다. 췌장은 콩팥과 같이 복벽 뒤에 위치하는 후 복막 장기로서, 배 윗부분에서 위와 척추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성인의 췌장 무게는 85~120 g 정도이고, 길이는 15~20 cm 정도로 마치 혀 모양으로 옆으로 길게 누워 있는 모양입니다. 췌장은 머리, 갈고리돌기, 몸통, 꼬리로 구분되며, 췌장의 머리 부분은 십이지장에 둘러 싸여 있습니다.
췌장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소화 효소를 분비하여 우리가 먹은 음식을 소화하는 외분비 기능입니다. 두 번째는 우리 몸의 혈액 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나 글루카곤 같은 혈당 조절 호르몬을 만드는 내분비 기능입니다.

1. 급성 췌장염
급성 췌장염(acute pancreatitis)은 췌장의 선방세포(acinar cell)가 담석, 음주, 고지혈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손상되어 국소적인 염증이 발생하고, 췌장 주변 조직과 다른 장기까지 손상을 일으키는 급성 염증질환입니다. 췌장이 선방세포 내에서 비정상적으로 조기 활성화된 소화효소에 의해 자가소화(autodigestion)되어 염증이 생깁니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췌장 손상은 경미하여 보존적 치료만으로 합병증 없이 양호한 경과를 보입니다. 하지만 약 15~20%는 중증으로 진행하여 여러 가지 국소적 및 전신적 합병증을 동반하고, 이 중 15~30%는 사망하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2. 만성 췌장염
만성 췌장염(chronic pancreatitis)은 췌장에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염증과 섬유화가 특징으로, 주요 임상 특징은 복통, 흡수불량, 영양실조(malnutrition), 당뇨병 및 췌장 석회화(calcification)입니다. 전통적인 만성 췌장염의 정의는 만성적으로 췌장에 되돌릴 수 없는 조직병리학적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만성 췌장염의 특징적인 병리 소견은 만성 염증, 섬유화, 췌관과 선방세포(acinar cell) 및 내분비조직의 파괴 등입니다. 임상적으로 만성 췌장염은 복통, 외분비 기능부전(exocrine insufficiency) 및 내분비 기능부전(endocrine insufficiency)으로 정의됩니다.
일반적으로 환자를 진료할 때는 임상 양상과 함께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 담췌관조영술과 같은 여러 가지 영상검사에 의해서 진단합니다. 통상적으로 만성 췌장염을 진단받은 지 20~25년 이후 50% 정도의 사망률을 가집니다. 그 원인은 만성 췌장염의 합병증, 알코올중독의 영향과 동반 질환입니다.

췌장염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누어집니다. 급성 췌장염을 앓았다 호전되면 정상 상태로 돌아오지만, 만성 췌장염에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췌장 손상으로 인한 췌장의 조직 변화는 정상으로 돌이킬 수 없습니다.
급성 췌장염과 만성 췌장염은 임상적으로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만성 췌장염 환자가 음주 후 악화된 경우에 급성 췌장염의 임상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더욱 구분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급성 췌장염과 만성 췌장염은 서로 다른 질환으로 분류되고 취급됩니다.
1. 급성 췌장염
급성 췌장염의 원인은 주로 술(알코올)이나 담낭, 담도(담즙이 내려오는 길)에 있는 담석입니다. 알코올이 급성 췌장염을 일으키는 기전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담석은 췌장액의 흐름을 방해하여 급성 췌장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담도 췌장의 내시경 시술 합병증으로 급성 췌장염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췌장염이 경미할 때는 췌장이 붓는 정도이고, 췌장액이 췌장을 싸고 있는 췌장막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췌장염이 심한 때에는 췌장막 밖으로 췌장액이 새어 나가 주변 조직을 녹이고 흘러나온 췌장액이 물주머니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 물주머니를 가성낭종(pseudocyst)이라 부릅니다. 가성낭종은 저절로 사라지기도 하지만 일정 기간 후에도 없어지지 않거나, 농양 또는 출혈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면 치료를 해야 합니다.
췌장염은 술이나 담석 같은 원인을 제거하면 대부분 저절로 좋아집니다. 하지만 열 명에서 한두 명 정도는 중증의 췌장염으로 진행합니다. 이런 경우 췌장에 가성낭종이 생길 뿐 아니라 췌장 자체에 혈액 순환이 안 되어 췌장 실질 조직이 썩는 경우(괴사, necrosis)도 있습니다. 이런 합병증이 발생하면 사망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심한 경우 호흡부전으로 사망하기도 합니다. 중증의 급성 췌장염은 내과 질환 중에서 사망률이 10~15%에 이르는 매우 위험한 질환입니다.
2. 만성 췌장염
만성 췌장염의 원인은 80%가 술입니다. 특히 장기간 많은 양의 음주를 한 사람에게 잘 발생하는데 음주에 의한 췌장 손상 정도는 개인차가 큽니다. 알코올이 어떻게 췌장세포에 영향을 미쳐 만성 췌장염을 초래하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습니다. 단지 췌장세포가 파괴되는 급성 췌장염과는 달리 알코올로 인해 췌장액 안에 단백질이 증가되어 끈적끈적하게 형성된 '단백전(protein plug)'이 췌장 흐름을 방해하여 췌장세포의 위축과 췌장의 섬유화를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성 췌장염의 병변은 급성과 달리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고, 변화가 진행될수록 췌관이 좁아지고, 췌관 안에 돌(췌석)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한, 좁아진 췌관과 췌석은 췌장액의 흐름을 막아 급성 췌장염에서 보이는 가성낭종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1. 급성 췌장염
급성 췌장염은 대부분 합병증 없이 치료되어 전체 환자의 2% 사망률을 보이지만, 약 25%에서는 중증 급성 췌장염으로 합병증을 유발하며 사망률이 증가합니다. 국내 췌장염 사망률은 3.5~1.7%로 예전보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근래 들어 사망률이 감소한 이유는 급성 췌장염 발생 초기에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영양 및 수액공급, 호흡 치료 등으로 합병증 발생을 감소시켰기 때문입니다. 또한 합병증 발생 시 경피배액도관 삽입 및 내시경적 치료 시행으로 수술 빈도를 줄여 사망률을 감소시켰습니다.
급성 췌장염은 20~27% 재발률을 보이는데 알코올에 의한 재발률은 46%로 특히 더 높습니다. 급성 췌장염에서 만성 췌장염으로 이행되는 비율은 14.8~16% 정도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높아집니다.
2. 만성 췌장염
만성 췌장염의 주요 증상은 외분비 및 내분비 기능부전으로 인한 증상과 통증입니다. 다양한 췌장 합병증과 췌장염 관련 질환이 만성 췌장염의 경과와 예후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통증은 대부분의 만성 췌장염 환자에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통증 조절을 위해 진통제와 같은 약물치료를 지속적해서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췌석에 의한 통증은 내시경적 치료나 수술적 치료로 도움을 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만성 췌장염 환자에서 췌장암 발생률은 1.4~2.7% 입니다. 췌장암의 누적 발생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여 진단받은지 10년 후에는 1.8%, 20년 후에는 4% 입니다. 따라서 만성 췌장염 환자는 지속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합니다.
1. 급성 췌장염
급성 췌장염은 활성화된 췌장 효소들에 의한 자가소화(autodigestion)로 발생합니다. 또한 세엽세포 내 병적인 트립시노겐의 활성화로 인한 자가소화에 의해 췌장이 손상된다는 트립신 중심 가설(trypsin-centered hypothesis)로 급성 췌장염의 병태생리를 설명합니다.
급성 췌장염의 병태생리는 크게 3단계(초기 단계, 지속 단계, 이차 확대 단계)로 구분합니다. 초기 단계는 췌장세포를 손상하는 세엽세포 내 변화와 핵인자 카파비(nuclear factor kappa B, NF-kB)를 통한 췌장 내 국소 염증 반응이 시작되는 단계입니다. 지속 단계는 초기 염증 반응에서 백혈구를 중심으로 면역세포가 모여 다양한 염증 사이토카인(cytokine)과 케모카인(kemokines)을 분비해 전신 염증반응이 일어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차 확대 단계는 괴사된 췌장 혹은 췌장 주변 조직의 감염과 체액 저류가 발생해 기존의 국소, 전신 감염이 악화되어 기관 부전까지 발생하는 단계입니다.
2. 만성 췌장염
만성 췌장염의 병태생리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아직 정확히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췌관 폐쇄설은 풍부한 단백질을 함유한 단백전(protein plug)이 췌장의 소엽 내부와 소엽 사이를 막아 관내 중탄산염이 보상적으로 증가하면서 점성화되어 만성 췌장염이 생긴다는 가설입니다. 또한 췌관 폐쇄에 따라 췌관 내 압력이 높아져서 선방세포의 관류저하와 허혈성 손상이 발생합니다. 둘째, 독성-대사성 가설은 알코올이나 대사산물에 의해 췌관이나 선방세포가 직접 손상을 받는다는 가설입니다. 셋째, 괴사-섬유화 가설은 반복적인 급성 췌장염으로 인해 췌장에 지속적인 손상이 가해지면 결국 만성 췌장염이 발생한다는 가설입니다.
1. 급성 췌장염
급성 췌장염의 발생 빈도는 국가마다 차이가 크고, 한 국가 안에서도 지역별로 차이가 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도 인구 10만 명당 15.6명에서 2000년도에 19.4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증가는 알코올 섭취의 증가, 담석 관련 췌장염의 증가 및 비만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혈청검사와 영상 진단법이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급성 췌장염 발생의 성별분포는 남녀 비가 1.9:1로 일반적으로 남자에서 다소 많이 발생합니다.
연령대는 대부분 중년 이후에서 많이 발생하여 40~50대에서 가장 많으며, 남자에서는 30~60대에서, 여성은 70세 이상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2. 만성 췌장염
만성 췌장염의 연간 발생 빈도는 10만 명당 5~12명이고 유병률은 대략 10만 명당 50~75명으로 추정됩니다. 만성 췌장염은 남자에서 흔하고 평균 연령이 45~52세입니다. 만성 췌장염의 10년 생존율은 약 70%, 20년 생존율은 45%입니다. 주된 사망원인은 만성 췌장염 자체보다 흡연, 알코올 남용, 췌장암 및 수술 합병증이고, 이 중 흡연과 알코올 남용은 예후 및 사망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입니다.
1. 급성 췌장염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증상은 상복부의 심한 통증입니다. 급성 췌장염에서 통증의 원인은 췌장이 부을 때 췌장을 싸고 있는 막이 늘어나면서 막에 분포한 신경이 자극을 받아 나타납니다. 통증은 췌장염의 정도나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지만 대부분 매우 심한 통증을 경험합니다.
1) 급성 췌장염의 주요 증상
① 심한 상복부 통증
알코올성 췌장염은 과음한 날 나타날 수 있으며, 담석성 췌장염은 과식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은 날 저녁 또는 다음 날 새벽에 잘 나타납니다. 천정을 보고 똑바로 누우면 통증이 심해져 새우처럼 좌측으로 웅크리는 자세를 취합니다. 똑바로 누우면 부은 췌장이 뒤의 척추에 눌려 췌장막이 더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치료하지 않는 한 통증은 저절로 가라앉지 않습니다.
② 메스꺼움(오심)과 구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③ 황달, 붉은색 소변이 관찰될 수 있습니다. 췌장의 머리 부분이 부어 이곳을 지나가는 담관을 누르기 때문입니다.
④ 맥이 빠르고 때에 따라 미열도 관찰됩니다. 심하면 쇼크(shock) 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
2)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경우
급성 췌장염이 의심되면 일단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심한 통증이 있으면 신속하게 응급실을 방문합니다. 담석에 의한 중증의 급성 췌장염은 치료 시기가 환자의 예후를 좌우합니다.
2. 만성 췌장염
췌장은 전체의 80% 정도가 파괴될 때까지 기능이 유지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증상이 있는 만성 췌장염은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로 판단됩니다. 증상은 췌장의 외분비 기능과 내분비 기능의 손상으로 나타납니다. 외분비 기능 장애는 여러 영양분의 흡수 장애를 초래하는데 흔히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지방분의 흡수 장애로 생기는 지방변입니다. 즉 흡수되지 않은 지방이 대변에 섞여 나와 설사를 하고 변에서 직접 지방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내분비 기능 장애로 당뇨가 발생합니다. 이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세포 파괴에 의한 것이므로 먹는 약 보다는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만성 췌장염 환자는 섭취하는 음식에 지방이 적어서인지 지방변을 호소하는 외분비 기능 장애보다 당뇨 증상을 보이는 내분비 기능 장애가 더 많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증상은 통증입니다. 만성 췌장염에서는 췌장이 붓기보다는 오히려 쭈그러들어 있기 때문에 통증의 원인은 급성 췌장염과 다릅니다. 좁아진 췌관과 췌장에 분포하는 신경의 염증 변화가 통증의 원인으로 여겨집니다.
통증은 환자에 따라 심한 정도와 발현 빈도, 위치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오랜 기간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할 수도 있고 통증이 있다 없다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즉 통증과 통증 사이에 통증이 없는 시기가 있습니다. 대부분 음식을 먹으면 통증이 악화되기 때문에 체중 감소가 심합니다.
1) 만성 췌장염의 주요 증상
① 상복부 통증
• 통증의 양상은 미약한 통증에서 매우 심한 통증, 지속적인 통증 또는 주기적인 통증으로 개인에 따라 차이가 니다.
• 주로 식사를 하면 통증이 악화됩니다.
• 급성 췌장염과는 달리 통증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진통제 의존성이 생기기도 합니다.
• 영상 검사로는 매우 진행된 만성 췌장염이라도 통증이 없을 수 있습니다.
② 만성 설사, 지방변, 무기력증: 췌장의 외분비 기능 부전에 의해 나타납니다.
③ 체중 감소: 췌장의 외분비 및 내분비 기능 부전 모두가 원인입니다.
④ 황달: 췌장 머리 부분에 췌장염으로 생긴 염증성 종괴나, 가성낭종이 담관을 압박하여 증상이 나타납니다.
2)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경우
만성 췌장염은 원칙적으로 평생 전문의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증상과 합병증이 없는 초기의 만성 췌장염은 대부분 정기적인 경과 관찰만 합니다. 하지만 증상이나 합병증이 이미 진행된 췌장염은 통증과 췌장의 내분비, 외분비 기능 부전에 대한 평생 관리가 필요합니다.
환자가 증상이 있어 병원을 방문하면 의사는 문진과 신체검사를 하고 혈액검사와 초음파 혹은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영상 검사를 합니다.
1. 급성 췌장염
1) 문진
① 음주 여부를 우선 묻습니다. 대부분 발병 전날 많은 양의 음주를 한 경우가 많습니다. 담석성 췌장염은 발병 전날 기름진 음식 섭취와 과식 여부를 묻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② 급성 췌장염은 통증의 시기와 심한 정도가 중요합니다. 췌장 때문에 발생하는 통증은 천장을 보고 바로 누운 자세에서 악화되기 때문에 환자의 자세에 관한 문진이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③ 음주 여부와 음주를 했다면 시기와 정도, 담석 진단 여부, 붉은 소변의 유무 등도 묻습니다. 드물게 약제와 복부 외상 등도 급성 췌장염의 원인이 되므로 이에 관한 문진도 필요합니다.
2) 신체검사
① 상복부 압통이 주된 소견이며 심한 경우에는 복부 강직도 있습니다. 중증 환자에서는 췌장액이 복강 안으로 흘러나와 복부 반사통도 관찰됩니다.
② 빈맥, 미열
③ 황달: 췌장 머리 부분이 염증으로 부은 경우와, 담석성 췌장염에서 관찰됩니다.
3) 혈액검사
① 혈중 아밀라아제(amylase), 리파제(lipase) 농도 상승
② 혈중 C-반응 단백질(C-reactive protein, CRP) 수치 상승
4) 영상 검사
① 복부 X-선 촬영: 췌장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니므로 많은 정보를 주지는 못합니다. 다만, 췌장염으로 초래된 장 마비의 정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② 복부 초음파(ultrasonography, US): 가장 쉽게 복강 내 상태를 관찰할 수 있는 검사로 췌장의 부은 정도, 췌장액의 복강 내 유출 정도, 가성낭종의 유무 등을 살필 수 있습니다. 담석성 췌장염이 의심될 때 담낭과 담도에 담석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 유용합니다.
③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 급성 췌장염의 진단을 위한 가장 표준적인 검사입니다. 방사선을 쬐어야 하지만 췌장의 부은 정도와 췌장 주변 조직의 손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중증도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 췌장염 발병 초기에 진단 및 중등도 파악을 위해 자주 사용되지만, 질병 진행 48시간 이후의 검사는 병의 진행 과정을 살피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2. 만성 췌장염
1) 문진
① 과거 지속적이고 많은 양의 음주력이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음주 경력이 없다면 드물게 있는 유전성 췌장염을 확인하기 위해 가족력에 관한 문진이 필요합니다.
② 통증의 정도, 지속 여부, 악화 요인(식사 등)을 철저히 질문해야 하는데 음주 지속 여부가 환자의 치료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항목입니다.
③ 설사와 지방변 유무도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합니다. 최근 체중 감소에 관해 상세히 묻습니다. 특히 체중이 통증 때문에 식사를 못 하여 감소한 것인지 아니면 합병증으로 생긴 당뇨의 관리가 안 되어 감소한 것인지 조사가 필요합니다. 또한 만성 췌장염과 췌장암과의 감별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두 질환의 인과관계는 뚜렷하지 않으나 두 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두 질환의 증상이 겹치는 경우도 복통과 체중 감소에 대한 문진은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2~3개월간 체중 감소가 심한 만성 췌장염 환자는 췌장암의 동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2) 신체검사
만성 췌장염 환자의 신체검사 소견은 질환의 진행 정도와 진단 당시 염증의 유무에 따라 다양합니다. 급성에서 보다는 뚜렷한 신체검사 소견이 없는 경우도 있으며, 호소하는 복통의 정도와 복부 진찰 소견 간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① 상복부 압통이 있지만, 반사통이나 복부 강직 등은 대부분 없습니다.
② 만성 췌장염의 급성 악화기에는 급성 췌장염과 같은 소견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③ 마른 체형: 특히 병력이 오래된 환자, 당뇨 합병증이 진행된 환자에서 뚜렷하게 관찰됩니다.
④ 황달: 급성 염증이 동반되어 췌장의 머리가 붓거나, 만성 췌장염의 염증 반응으로 췌장 머리에 염증성 종괴가 생기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췌장 머리에 생긴 가성낭종도 황달의 원인이 됩니다.
3) 혈액검사 및 췌장 기능검사
① 혈액검사: 복통이 있어도 췌장 효소인 아밀라아제, 리파제의 혈청 수치는 많이 상승하지 않거나 정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췌장 실질이 많이 쭈그러들어(위축되어) 있고, 주된 병리 현상이 급성 췌장염같이 췌장세포가 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 만성 췌장염에서도 췌장 실질이 많이 남아 있거나 심한 음주 후에 발생한 증상은 혈청 췌장 효소 수치가 상승합니다. 백혈구 수치는 대부분 정상이며, 혈당은 당뇨가 있으면 고혈당 수치를 보입니다.
② 췌장 기능검사: 췌장의 외분비 기능을 보기 위한 검사입니다. 췌장 효소 분비 자극 호르몬인 세크레틴(secretin)과 콜레시스토키닌(cholesystokinin, CCK)을 정맥 주사한 후 십이지장에서 췌장액을 받아 췌장 실질의 남아 있는 기능을 측정합니다.
4) 영상검사
① 복부 X-선 촬영: 만성 췌장염이 진행되어 췌관 또는 췌장 실질 안에 석회화된 단백전(protein plug)이나 췌장 결석(pancraetic calculi)이 있으면 복부 X-ray 만으로도 만성 췌장염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② 복부 초음파 촬영: 대부분 마른 체형인 경우가 많아, 급성 췌장염보다 정확히 췌장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췌장의 위축 정도, 췌관의 협착과 확장, 췌석의 유무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가성낭종의 진단에도 유용합니다.
③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은 초음파 촬영과 더불어 췌장과 췌장염 합병증, 췌장 주위 조직을 비침습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매우 정확한 영상 진단 방법입니다. 췌장염에 의한 염증성 종괴와 췌장암을 감별하는 데에도 유용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감별이 매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④ 자기공명담췌관조영술(magnetic resonancecholangiopancreatography, MRCP): 췌관과 담관을 비침습적으로 보여줍니다. 만성 췌장염 환자에서 췌관의 협착과 확장, 가성낭종을 매우 정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⑤ 내시경적 초음파(endoscopic ultrasonography, EUS): 내시경 끝에 고해상도를 갖는 초음파가 장착된 진단 기구입니다. 초음파를 위장관으로 집어넣어 위를 통하여 인접 장기인 췌장을 정밀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복부초음파보다 정밀하여 만성 췌장염의 조기 변화를 관찰하는 데 유용하며, 선형 내시경 초음파로 조직 검사가 가능하여 염증성 종괴와 췌장암의 감별에도 사용됩니다.
⑥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ndos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은 내시경을 담즙과 췌장액이 흘러나오는 십이지장의 유두부까지 진행한 후, 도관(canula)을 이용하여 담관과 췌관에 조영제를 주입하여 관찰하는 검사입니다. 담관과 췌관을 직접 조영하여 관찰하기 때문에 가장 정확한 진단 방법입니다. 하지만 시술이 어렵고 침습적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자기공명담췌관조영술과(MRCP) 내시경적 초음파(EUS)가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의 진단 기능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최근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은 진단보다는 담관과 췌관의 치료 내시경에 사용되는 시술로 개념이 바뀌어 갑니다.
1. 급성 췌장염
급성 췌장염의 85~90%는 입원 치료 후 3~7일 이내에 호전되지만, 나머지 10~15%는 합병증이 생기거나 중증으로 진행합니다. 급성 췌장염의 치료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을 제거한 후, 췌장이 정상으로 회복(pancreas rest)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과 통증의 치료입니다.
2. 만성 췌장염
만성 췌장염의 치료 원칙은 췌장의 내분비 및 외분비 기능 부전 치료와 통증의 치료입니다. 만성 췌장염의 자연 경과는 개인차가 있고, 내원 당시에 환자의 주 증상이 각각 달라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 치료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췌장염의 원인인 술을 끊어야 합니다. 이미 발생한 합병증은 평생 관리가 필요하므로 지속적인 교육과 치료를 해야 합니다.
1. 급성 췌장염
1) 금식: 3~4일간 금식한 후, 초 급성기를 지나 통증이 완화되고 장운동이 있으면 음식을 섭취합니다.
2) 수액공급: 정맥 주사로 수분과 전해질을 공급하여 혈관 내 혈액량을 유지해야 합니다.
3) 통증 조절: 주로 데메롤(Demerol)이라는 진통제를 정맥에 주사합니다.
4) 항생제 투여: 췌장염은 세균에 의한 염증이 아니고 췌장액 누출에 의한 화학적 염증이므로 항생제 투여는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중증의 췌장염에서 췌장염에 의한 이차 감염 예방효과가 있어, 실제 임상에서는 중증의 췌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이미페넴(imipenem) 계통의 항생제를 투여합니다.
5) 합병증의 치료: 가성낭종과 췌장 괴사가 있을 때는 소화기내과 췌장 전문 의사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가성낭종은 저절로 없어지기도 하지만, 크기가 점점 커지거나 담관 또는 장관을 누르거나 복통의 원인이 되면 내시경, 중재 방사선 혹은 외과적인 방법으로 치료합니다. 췌장이 괴사하면 환자의 임상 결과에 현격히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췌장 실질의 괴사는 중증 급성 췌장염의 결과로 생깁니다. 제2의 합병증인 가성낭종의 출혈, 파열 및 농양 형성, 췌장 괴사조직의 감염 등은 사망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응급 수술을 요합니다.
2. 만성 췌장염
1) 내분비 및 외분비 기능 부전 치료
① 장피막 췌장 효소제(enteric-coated pancreatic enzyme): 장피막 췌장 효소제(enteric-coated pancreatic enzyme)는 주로 돼지에서 추출하고, 위산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소장에서 활성화되도록 표면이 처리됩니다. 위 운동 저하가 동반된 환자는 약이 위에 오래 머물지 못하도록 위 운동 기능을 돕는 약제를 같이 투여합니다. 최근에는 장피막 마이크로스피어(Microencapsulated enteric coated sphere) 형태의 췌장효소제제가 시판되는데 1개의 캡슐에 25,000 IU의 지방분해효소가 미립정(micro-tab) 형태로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 제제는 위산에 녹지 않고 십이지장에서 캡슐이 녹아 음식과 잘 섞이므로 가장 이상적인 췌장 효소제입니다.
② 인슐린 주사: 만성 췌장염에서는 인슐린 생성이 부족하므로 경구 혈당 강하제보다 인슐린 주사 치료가 필요합니다.
2) 통증의 치료
증상이 경할 때 경구 진통제를 일시적으로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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