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마비(말초성 마비)
1. 벨마비
말초성 얼굴마비의 가장 흔한 원인은 벨마비(Bell's palsy)입니다. 말초성 얼굴마비가 발생했는데 특별한 원인이 없는 경우를 특발성 안면마비 또는 벨마비라고 합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단순포진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HSV) 1형 등 바이러스 감염과 연관성이 있다고 추정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벨마비의 치료에 바이러스 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 람세이-헌트 증후군
말초성 얼굴마비의 다른 원인으로 람세이-헌트 증후군이 있습니다. 람세이-헌트 증후군은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서 얼굴신경마비를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얼굴마비 외에 귀에 통증과 피부 병변이 생기고, 어지럼증, 청력 소실, 이명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3. 기타 원인
그 외에 아래와 같은 다양한 원인으로 말초성 얼굴마비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외상이나 골절에 의한 얼굴신경의 손상
- 종양(귀밑샘 종양, 청신경종, 신경섬유종 등)에 의한 얼굴신경의 압박
- 중이염과 같은 감염의 합병증
- 기앵-바레증후군이나 유육종증(사코이드증)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 얼굴 수술로 인한 얼굴신경의 손상
말초성 얼굴마비는 원인에 따라 예후가 다릅니다. 가장 흔한 원인인 벨마비는 초기에 마비가 심하지 않으면 예후가 좋은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마비 증상 발생 수 주 뒤부터 회복되기 시작하며, 대부분 수 개월 이내에 거의 정상으로 회복됩니다. 2020년도 연구에 따르면 벨마비 발생 6개월 이내에 80.6%의 환자가 정상 또는 경미한 마비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얼굴마비가 심한 경우 회복이 불완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후유증으로 얼굴의 일부를 움직일 때 의도하지 않은 얼굴 근육이 함께 움직이는 연합운동(synkinesis)이 남을 수 있습니다. 안면마비 후에 발생하는 연합운동의 경우 한쪽 눈을 깜빡이면 같은 쪽 입꼬리가 움직이거나, 턱을 움직이면 눈이 감기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벨마비는 매년 인구 10만 명당 11~40명에서 발생하며, 일생 동안 60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입니다.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하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생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벨마비의 위험인자로 시사되기도 했습니다.
1. 증상
말초성 얼굴마비가 생기면 눈을 꼭 감거나 이마에 주름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입 주변에 마비가 오면 정상인 쪽 입꼬리만 움직이기 때문에 입이 돌아간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경우 입이 돌아간 방향의 반대쪽이 마비가 생긴 쪽입니다. 즉, 왼쪽 얼굴에 마비가 생기면 입이 오른쪽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눈물이 줄거나,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하거나, 소리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들리는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말초성 얼굴마비의 가장 흔한 원인인 벨마비의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마비가 발생하기 전 귀 뒷부분에 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 이마에 주름을 잡거나 눈을 감기가 어렵습니다.
- 눈물이 많아지거나 적어질 수 있으며, 눈이 뻑뻑해지고 충혈될 수 있습니다.
- 웃을 때 마비가 없는 쪽 입꼬리만 올라가기 때문에 입이 돌아간 듯이 보입니다.
- 양치나 식사를 할 때 마비된 쪽으로 침이나 음식물을 흘리게 됩니다.
- 한 쪽 귀에서 소리가 크게 들릴 수 있습니다.
- 음식 맛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2. 경과
벨마비는 수 시간에 걸쳐 빠르게 증상이 발생합니다. 얼굴마비가 발생한 다음 며칠에 걸쳐 점점 증상이 심해지고, 대개 3일 정도가 지나면 마비가 최고조에 이릅니다. 증상이 수 일에서 수 개월에 걸쳐 서서히 진행한다면 종양이나 자가면역질환 등의 다른 원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1. 진찰
우선 진찰을 통해 얼굴마비가 중추성인지 말초성인지 구분합니다. ‘이마에 주름을 잡아보세요’, ‘눈을 꼭 감아보세요’, ‘눈을 깜박여보세요’, ‘치아를 보여주세요’ 등 간단한 요청으로 중추성과 말초성 얼굴마비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진찰 결과 말초성 얼굴마비로 판단되면 원인을 찾기 위해 추가적인 진찰을 합니다. 람세이-헌트 증후군에서 보이는 피부병변은 없는지, 얼굴을 다치거나 수술받은 적은 없는지, 종양이 만져지지 않는지, 중이염 같은 감염은 없는지, 얼굴신경마비를 유발할 수 있는 자가면역질환은 없는지 확인합니다. 다른 원인이 없고, 얼굴마비가 진행하는 양상이 벨마비와 일치하면 벨마비로 진단합니다.
2. 혈액검사 및 영상검사
증상이 전형적인 벨마비인 경우 자기공명영상(MRI)검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벨마비와 맞지 않거나 진단이 불확실하면 다른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액검사, X선 검사 등을 시행하며, 필요한 경우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3. 근전도검사
근전도검사는 얼굴신경에 전기 자극을 주어 얼굴신경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근전도검사를 통해 얼굴신경에 이상이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마비가 얼마나 심한지 확인해 회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1. 벨마비
벨마비의 치료에 가장 기본이 되는 약제는 부신피질호르몬제입니다. 부신피질호르몬제는 스테로이드라고도 불리며, 신경의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혀 얼굴신경 손상을 줄여줍니다. 부신피질호르몬제는 증상 발생 후 3일 이내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므로 가급적 빨리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7~10일 정도 복용합니다. 부신피질호르몬제와 함께 바이러스 치료제를 병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으나 확실한 근거는 부족합니다.
2. 람세이-헌트 증후군
람세이-헌트 증후군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대상포진의 치료에 준해서 바이러스 치료제를 사용합니다.
3. 기타 원인
다른 원인에 의한 말초성 안면마비의 경우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 합니다.
1. 보존적치료
안면마비로 눈을 감지 못하면 각막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안약이나 안연고를 넣거나, 종이 테이프를 눈꺼풀에 붙여 눈을 감겨놓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 외 전기자극요법, 마사지, 안면운동치료 등 재활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2. 수술적 치료
일반적인 벨마비에서 수술적 치료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얼굴신경이 완전히 마비되거나 외상 등으로 절단되어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신경이식술이나 근육전이술 등 수술적 치료를 고려합니다. 수술을 통해 얼굴신경을 완전히 회복시키기는 어려우며, 얼굴의 비대칭이나 불편함을 개선하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1. 대한신경과학회 (2017). 신경학 3판. 서울:범문에듀케이션.
2. Baugh,R.F., Basura,G.J., Ishii,L.E., Schwartz,S.R., Drumheller,C.M., Burkholder,R., …, & William,V. (2013). Clinical practice guideline: Bell's Palsy executive summary.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149 (5), 656–663.
3. Yoo,M.C., Soh,Y., Chon,J., Lee,J.H., Jung,J., Kim,S.S., …, & Yeo,S.G. (2020). Evaluation of Factors Associated With Favorable Outcomes in Adults With Bell Palsy. JAMA Otolaryngology–Head & Neck Surgery. 146 (3), 256-263.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