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염
팔다리의 긴 뼈는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파이프처럼 생겼습니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뼈의 단면을 촬영해 보면 외부는 피질골이라는 단단한 뼈가 둘러싸고 있고, 내부에는 터널 같은 공간이 있습니다. 피질골의 표면은 섬유조직으로 된 단단한 막으로 싸여 있는데, 이를 골막이라고 합니다. 터널 같은 공간은 골수강이라고 합니다. 골수강이 실제로 텅 빈 공간은 아닙니다.
미세한 뼈 조각(골소주)들이 연결되어 마치 수세미 속과 같은 구조로 골수강을 채우고 있습니다. 연결된 뼈 조각 사이의 공간을 현미경으로 확대해보면 풍부한 미세 혈관과 신경, 그리고 혈액을 만드는 세포, 뼈를 만드는 세포, 지방 세포 등 여러 종류의 세포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세포와 미세 혈관 및 신경으로 구성되어 골수강을 채우고 있는 부드러운 조직을 골수라고 합니다.


골수염은 뼈와 골수에 세균이 들어가서 골조직의 염증성 변화를 일으키거나, 뼈와 골수를 파괴하고 고름을 만드는 병입니다.
골수염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Waldvogel(발트보겔) 분류법에서는 발병 기전과 진행 기간에 따라 혈행성 골수염, 접촉성 골수염, 만성 골수염으로 구분합니다. 또한 증상 발생 후 시간 경과에 따라 급성, 아급성 및 만성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골수염의 원인균을 밝혀내는 것은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골수염의 가장 흔한 원인균은 황색포도알균(Staphylococcus aureus)이지만, 그 외에 여러 가지 균들이 골수염을 일으킵니다. 결핵성 골수염은 에이즈 환자의 증가와 더불어 최근 외국에서 증가하고 있으며, 곰팡이균에 의한 감염은 매우 드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척추골수염에 국한된 일부 국내자료를 보면 총 101건 중 원인균이 검출된 경우가 71건이었고, 이 중 황색포도알균이 36.6%로 가장 흔하였습니다.
혈행성 골수염은 대개 한 가지 균주에 의한 감염이지만, 접촉성 골수염은 여러 균주에 의한 혼합감염도 가능합니다. 또한 인공삽입물과 관련되어 골수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골수염 초기에는 그 부위가 아프고 붓고 열 감이 있으며, 피부가 빨갛게 변하고 체온도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골수염이 만성화되면 고열이 나거나 붓고 아픈 급성 증상이 없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피부에 난 아주 작은 구멍을 통해 고름이 새어 나오는데 양이 적어 아주 조금씩 거즈에 묻어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 항생제를 쓰고 소독을 하면 고름이 멈추고 한동안 잠잠하다 다시 고름이 나오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러한 경과를 보이는 이유는 감염으로 인해 죽은 괴사 조직을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항생제로 인해 세균의 활동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되어 겉으로는 치료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감염의 뿌리가 남아 있는 것입니다. 고름이 나오는 부위를 째고 식염수로 씻어내는 절개 배농 수술이나 괴사된 감염 조직을 긁어내는 소파술을 시행한 후에도 감염이 재발하는 일이 잦습니다. 역시 감염된 조직을 근본적으로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골수염은 "낫지 않는 병"이라는 통념도 있지만, 원칙에 따라 잘 치료하면 대부분의 골수염은 완치될 수 있습니다.
1. 혈액검사
급성골수염에서는 백혈구 수, C-반응 단백질(CRP), 적혈구침강속도(ESR)가 흔히 상승합니다. 이 수치들은 골수염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염증의 정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2. 영상의학검사
진단은 증상과 경과 그리고 단순 방사선(엑스레이) 검사를 종합해 이루어 집니다. 급성 골수염에서 단순 방사선 검사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만성 골수염에서는 매우 유용합니다.
핵의학 검사로는 골스캔이 가장 유용하지만, 다른 질환(신경성 병변, 퇴행성 관절염, 수술 후 변화, 치유 중인 골절, 통풍 또는 비감염성 염증 등)과 구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함께 시행합니다. 이 검사는 감염으로 괴사한 뼈와 고름의 위치 등을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어 수술 시 제거 범위를 계획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3. 배양검사
고름이 나온다면 균 배양검사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외부로 배출되는 고름은 피부상재균의 오염 가능성이 있어 신뢰도가 떨어지므로 수술적 혹은 경피적으로 조직을 채취하여 균 배양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양검사에 필요한 조직 검체는 항생제 투여 전에 채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항생제 사용 후 시행하면 검사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급성 골수염에서는 뼈와 골수의 파괴를 줄이기 위하여 검사 후 적절한 경험적 항생제를 투여하고 배양검사를 기다립니다. 경험적 항생제란 가장 흔한 원인균에 잘 듣는 항생제를 말합니다. 배양 검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추어 항생제를 조정합니다.
골수염은 세균성 감염이기 때문에 항생제의 사용이 중요합니다. 항생제는 복용하거나 주사로 혈관에 직접 투여할 수 있습니다. 혈관으로 주사하면 위장관 흡수를 거치지 않고 바로 혈액을 따라 균이 있는 곳에 도달하므로 먹는 약으로 복용하는 것보다 더 빨리, 더 강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의료 관련 감염, 인공삽입물 관련 감염, 일반적인 항생제 투여에 반응이 없는 골수염에서는 내성균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모든 골수염이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하다면 초기에 수술 여부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 급성 골수염에서는 농양 또는 괴사가 생겼거나 의심이 되는 경우, 또는 항생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을 때 수술로 염증 부위를 제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 만성 골수염에서는 이미 손상된 조직을 깨끗이 제거하고, 뼈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며, 고름이 남지 않게 공간을 메우고, 피부나 근육 등 주변 조직을 재건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대한감염학회 (2024). Section 2-14 골관절 감염. 감염학 제3판, 군자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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