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방영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보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힌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실시간 검색어와 SNS를 뜨겁게 달구며 오늘 아침까지 큰 울림을 전하고 있는 인물, 바로 1991년 스물다섯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 김귀정 열사입니다. 방송에서는 고인을 지키기 위해 병원으로 모여들어 인간 장벽을 쌓았던 성균관대학교 학우들과 김귀정 사수대의 뜨겁고 절박했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재조명되었는데요.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왜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가슴 아파하는지, 그날의 진실과 오늘날 우리가 되새겨야 할 의미를 깊이 있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BNT뉴스
시간을 1991년 5월로 되돌려 봅니다. 명지대 강경대 열사 치사 사건 이후 매일 수십만 명의 청년과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던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5월 25일, 공안통치 종식을 외치며 서울 중구 대한극장 맞은편 퇴계로 일대에서 열린 제3차 범국민대회에 성균관대 불어불문학과 88학번 김귀정 학생도 동료들과 함께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백골단의 무자비한 최루탄 난사와 토끼몰이식 강경 진압이 이어졌고, 퇴로가 막힌 좁은 골목길에서 수많은 인파가 겹겹이 넘어지는 참극이 발생했습니다. 그 속에서 김귀정 열사는 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안타깝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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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의 죽음 직후 사건을 단순 사고사로 서둘러 덮으려 했던 공권력의 움직임은 청년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불을 질렀습니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영안실 앞에는 그녀와 일면식조차 없던 대학생과 시민 1, 000여 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김귀정 사수대를 결성했습니다. 영안실 문을 걸어 잠그고 서로의 팔을 겯고 바리케이드를 치며 공권력의 시신 탈취 시도를 온몸으로 막아낸 사수대의 사투는 방송에 나온 목격자들의 생생한 증언처럼 말 그대로 눈물겨운 역사였습니다. 사망 18일 만에 치러진 장례식에서도, 성균관을 지나갈 수 없다며 막아서는 유림들을 향해 학생들이 빗속에 엎드려 울며 애원한 끝에 겨우 모교 교정을 통과할 수 있었던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는 가슴 아픈 장면입니다.
관련 방송의 생생한 하이라이트 영상은
SBS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BNT뉴스
김귀정 열사의 이야기가 지금 이 시대에 다시 소환되어 깊은 공명을 일으키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평범한 대학생이자 누군가의 다정한 딸이자 언니였던 청년이 왜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약자를 지키려 했던 청년들의 연대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일상과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유족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은 특정 가해 경찰관을 지목하지 못하더라도 국가가 불법 과잉 진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중요한 법리적 판결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더 나은 사회를 꿈꾸다 희생된 청년들의 숭고한 무게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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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계기로 이번 주말 고인의 넋을 기리고 역사적 발자취를 직접 돌아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추모와 산책을 겸할 수 있는 방문 코스를 안내해 드립니다. 먼저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위치한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는 김귀정 마당과 김귀정 생활도서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혜화역 대학로 방면에서 혜화동 로터리를 거쳐 성균관대 캠퍼스로 진입하는 코스는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성균관 명륜당 고목과 함께 고즈넉하게 걸어보기 참 좋습니다. 주말에는 대학로 특유의 붐비는 시간대인 오후 1시에서 4시 사이를 피해 오전 10시 무렵 방문하시면 훨씬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에 위치한 민주화운동기념공원을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원래 남양주 모란공원에 안장되어 계셨던 김귀정 열사의 유해는 2016년 이곳 민주화운동기념공원 묘역으로 이장되어 영면해 계십니다.
푸른 잔디와 숲길이 평화롭게 정비된 이곳은 우리나라 현대사를 온몸으로 지켜낸 수많은 열사들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공원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가족 단위로 역사 교육을 겸한 주말 나들이를 떠나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공원 방문 전 공식 일정과 시설 안내는
오픈아카이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통해 미리 확인하시면 더욱 알찬 동선을 계획하실 수 있습니다. 위키백과
단풍이 곱게 물드는 계절, 꼬꼬무를 통해 다시 마주한 김귀정 열사의 따뜻했던 미소와 그를 지키려 했던 친구들의 약속을 오래도록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바쁜 일상 속이지만 이번 주말에는 역사의 아픔과 청춘의 헌신을 되돌아보는 뜻깊은 발걸음을 옮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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