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눈떠서 창문 열어보셨어요? 바람이 제법 쌀쌀한 게 완연한 가을입니다. 🍂
네, 여러분의 오랜 이웃, 방구석 타자기 두드린 지 어언 20년째 접어든 흔한 블로거 아재입니다. 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 도토리 충전하던 시절부터 시작해서 텍스트큐브, 티스토리 거쳐 여기까지 왔으니... 제 키보드에서 닳아 없어진 'Ctrl+C, Ctrl+V' 키만 모아도 키보드 공장 하나는 차렸을 겁니다. 허허.
오늘 달력을 딱 보니까 벌써 2026년 10월 16일 금요일이더군요. 와, 시간 진짜 KTX보다 빠릅니다. 어제 퇴근길에 스마트폰 뉴스 피드를 쓱 넘겨보는데, 요새 아주 온 세상이 ‘자율 에이전트(Autonomous AI)’ 이야기로 도배가 되어 있더라고요.
기사 헤드라인 보셨습니까? ‘알아서 최저가 항공권 끊고 호텔 예약에 식당 노쇼 방지 예약금까지 척척 결제해 주는 전속 AI 비서 상용화 본격화’, ‘개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실시간 자동 리밸런싱하는 초개인화 AI 자산관리 붐’... 아주 그냥 눈이 핑핑 돕니다.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발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챗봇한테 말 걸면 시 한 편 지어준다’고 신기해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뭐? 내가 잠든 사이에 AI가 새벽 특가로 쌀 20kg을 제일 싼 값에 주문해 놓고, 오늘 점심으로 뭘 먹을지 내 혈당 수치랑 카드 잔고를 분석해서 샐러드집으로 루트를 짜준다니요. 거의 뭐 영화 <아이언맨> 자비스가 내 스마트폰 속에 세 들어 사는 수준 아닙니까? 😂
그런데 말이죠.
20년 동안 이 바닥에서 IT 신기술 나온답시고 온갖 호들갑 떠는 꼴을 지켜본 이 노랭이 블로거의 눈에는 살짝 다른 게 보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기가 막히게 발전을 해도요, 결국 본질은 사람이 쓰는 거라는 점입니다. 제 친구 녀석 하나가 지난주에 자랑을 하더라고요. "야, 나 이번에 나온 스마트 에이전트 연동해 놨더니 얘가 내 주식 알아서 관리해 준다? 손절 타이밍 기가 막히게 잡더라!"
그래서 제가 뭐라고 했게요?
"그 손절 타이밍 기가 막히게 잡아서, 네 원금도 기가 막히게 쪼그라든 건 아니고?" 🤣
그랬더니 녀석이 소주잔을 탁 내려놓으면서 조용히 고개를 떨구더군요. 씁쓸합니다. 기계가 아무리 똑똑하게 매매를 해줘도, 결국 그 밑천을 대는 건 우리네 얇디얇은 유리 지갑이고, 시스템이 알아서 쇼핑을 해줘도 통장 잔고가 '0원'을 찍으면 AI 비서도 "주인님, 결제할 돈이 없습니다만?" 하고 멍때리는 법이거든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예전에 스마트폰 처음 나왔을 때, 다들 뭐라고 했습니까? 손바닥 안에 PC가 들어왔으니 인류의 업무 효율이 100배는 올라서 주 3일만 일하고 여유롭게 커피나 마실 거라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잖아요? 근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퇴근 후에도 단톡방 알림 울리고, 주말에도 메신저 확인하느라 족쇄만 더 튼튼해졌지 뭡니까. 하하.
이번에 온 세상을 휩쓸고 있는 이 똑똑한 자율 AI 물결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물론 귀찮은 일 줄여주고, 일정 잡아주고, 서류 정리해 주는 건 정말 혁명적이고 편하죠. 저도 솔직히 블로그 글감 정리할 때 자료 찾는 시간 줄어든 건 인정합니다. 인정할 건 쿨하게 인정해야 꼰대 소리 안 듣죠! ☕
하지만 편해진 만큼,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인간적인 여백’까지 기계한테 싹 다 넘겨줘 버리면 나중엔 뭐가 남을까요?
오늘 점심 메뉴 하나 고르는 것도 AI 추천에 의존하고, 여행지 가서 우연히 들른 허름한 골목 식당에서 인생 맛집을 발견하는 그 찌릿한 낭만조차 ‘알고리즘 평점 4.8 이상’ 필터에 걸러져 사라진다면, 솔직히 사는 맛이 좀 밍밍해지지 않겠습니까?
인생의 진짜 묘미는요, 가끔은 잘못된 선택을 해서 길을 잃어보기도 하고, 엉뚱한 식당 들어갔다가 실패해서 낄낄거리며 라면이나 끓여 먹는 그 ‘실수의 역사’ 속에 있는 법입니다. 완벽하게 계산된 알고리즘의 고속도로만 달리면 피곤하잖아요. 가끔은 국도로 빠져서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도 달려봐야죠.
금요일입니다, 여러분!
오늘은 퇴근길에 스마트폰 화면만 뚫어져라 보지 마시고요. AI 비서 알림도 잠시 꺼두고, 서늘해진 가을밤 공기 깊게 들이마시면서 길가에 낙엽 뒹구는 소리도 한번 들어보세요. 그리고 저녁엔 알고리즘 추천 맛집 말고,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들어가서 뜨끈한 국밥 한 그릇에 소주 한 잔 곁들여보는 건 어떨까요?
통장은 좀 헐렁할지언정, 우리네 마음만큼은 넉넉하게 꽉 채우는 주말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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