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동 감독의 신작 영화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수상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한국 영화가 베니스 경쟁 부문에서 수상 실적을 올린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무려 14년 만의 쾌거입니다. 영화 팬분들이라면 어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들려온 이 낭보에 주말 내내 가슴이 들썩이셨을 텐데요. 오늘은 발 빠르게 최신 팩트부터 제작 과정의 뒷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이 영화를 즐기면 좋을지 관람 팁까지 빠짐없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창동 감독이 영화 버닝 이후 8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신작 가능한 사랑은 이번 영화제에서 최고상에 이은 2등 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이창동 감독 개인으로서는 2002년 오아시스 이후 정확히 24년 만에 베니스의 주요 부문 트로피를 다시 품에 안은 셈입니다. 시상식 무대에 선 이 감독의 수상 소감은 현장의 많은 이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노동이 사라져가는 시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그의 말은, 영화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는 거장의 깊은 고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아쉽게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은 마이 엘투키 감독의 덴마크 영화 우먼 언노운에게 돌아갔지만, 가능한 사랑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까지 함께 휩쓸며 외신의 가장 열렬한 찬사를 받은 작품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번 수상이 영화계 안팎에서 더욱 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 영화가 관객과 만나기까지 겪었던 가시밭길 같은 투자 난항 때문입니다. 당초 이 작품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중예산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국고를 지원받을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해고 노동자라는 무겁고 예민한 사회적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탓에,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추가 투자 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자본의 냉정한 외면 속에서 프로젝트가 표류하던 그때,
넷플릭스 코리아가 전액 투자를 전격 제안하며 구원투수로 등판했습니다. 결국 이 감독은 영진위 지원금을 자진 반납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노선을 변경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자칫 빛을 보지 못할 뻔했던 사회성 짙은 마스터피스가 글로벌 플랫폼의 안목 덕분에 세계 최고의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들어 올리는 짜릿한 반전을 만들어낸 것이죠.작품의 뼈대와 배우들의 시너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해고 노동자 호석과 아내 미옥, 그리고 이들의 고통을 카메라 프레임에 담으려는 다큐멘터리 연출가 상우와 예지가 만납니다. 타인의 고통을 다루는 창작자의 윤리적 딜레마와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파열음이 이창동 특유의 서늘하고도 집요한 연출 아래 펼쳐집니다.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라는 역대급 캐스팅은 각자의 화려한 수식어를 내려놓고 날것의 감정을 쏟아냅니다. 시상식 직후 이창동 감독은 조여정 배우가 길몽을 꿨다길래 내가 그 꿈을 샀는데 이런 행운이 왔다고 재치 있는 비하인드를 전해 훈훈함을 더하기도 했습니다. 벌써부터 내년 제9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된 만큼, 앞으로의 오스카 레이스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쯤 극장에서 이 화제작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가능한 사랑은 오는 9월 23일 국내 극장에서 가장 먼저 스크린에 걸리고, 이후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안방극장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어디서 볼지 고민되시는 분들을 위해 실용적인 관람 가이드를 제안해 드립니다. 이창동 감독의 작품은 배우들의 숨소리, 공기의 미세한 질감 하나하나가 서사를 묵직하게 이끌어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밀양이나 시를 극장에서 보셨던 분들이라면 그 특유의 압도적인 몰입감을 기억하실 겁니다. 전도연과 설경구의 폭발적인 연기 호흡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개봉 첫 주 극장 관람을 강력히 추천해 드립니다. 다만 9월 말은 가을을 맞아 극장가가 제법 붐비는 시기이므로, 영화의 여운을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곱씹고 싶다면 평일 오전 조조 상영이나 심야 시간대를 활용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제83회 베니스 영화제 이창동 감독 수상 클립 영상을 미리 찾아보시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더 깊이 공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극장 예매 전 통신사 멤버십 혜택이나 멀티플렉스의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할인을 미리 챙기시면 훨씬 경제적인 관람이 가능합니다. 우선 극장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인물들의 미장센을 가슴 깊이 담아낸 뒤, 11월 넷플릭스 공개 시점에 놓쳤던 디테일과 숨겨진 은유를 찾아 내 방에서 편안하게 N차 관람을 하는 코스가 가장 완벽합니다. 노동과 단절의 시대에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거장의 뜨거운 질문, 올가을 여러분의 마음을 묵직하게 채워줄 가능한 사랑과 함께 사색이 깊어지는 주말 극장 나들이를 계획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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