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5일, 한 아버지가 긴 소풍을 마치고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바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던 피터팬 아빠 고 전경철 작가의 별세 소식입니다. 유퀴즈 제작진은 9월 6일 공식 SNS를 통해 마지막까지 발달장애인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길 꿈꾸셨던 작가님의 바람을 전할 수 있어 감사했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습니다. 방송을 통해 그의 사연을 접하고 뜨겁게 응원했던 수많은 대중들 역시 안타까움과 함께 그가 남긴 숭고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며 자발적인 추모의 물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전경철 작가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단순한 부성애를 넘어선, 생존을 향한 절절한 투쟁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발달연령이 2살에 머물러 있는 성인 중증 자폐 아들 제원 씨를 20년 넘게 홀로 돌봐왔습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간암 말기, 남은 시간이 단 6개월뿐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됩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치료 일정을 잡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혼자 남겨질 아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울타리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최중증 발달장애를 가진 성인 남성을 선뜻 받아주는 곳은 없었고, 그는 전국 1000여 곳이 넘는 장애인 거주시설과 복지기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수많은 거절과 차가운 현실의 벽 앞에서도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들의 손을 잡고 전국을 헤매며 눈물로 쓴 그의 일기장에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외면하고 있던 장애인 복지의 뼈아픈 민낯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이러한 사연은 방송과 에세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겨질 발달장애인의 삶은 누가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시스템의 부재를 일깨운 것입니다. 다행히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후원이 이어졌고, 약 8000만 원의 후원금이 모이는 등 기적처럼 제원 씨가 생활할 수 있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공동체를 찾게 되었습니다. 전경철 작가는 당초 의료진이 예상했던 6개월을 훌쩍 넘겨 약 1년여의 시간을 더 꿋꿋하게 버텨냈습니다. 그는 아들이 자신의 목숨줄을 붙잡아준 존재라고 말하며, 남은 시간 동안 아들뿐만 아니라 다른 중증 자폐인들을 위한 환경 개선에 헌신했습니다. 이른바 피터팬의 네버랜드라고 불리는, 발달장애인들이 온종일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안전한 공동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그의 마지막 꿈이었습니다.그는 브런치에 연재하던 글들을 모아 에세이 안녕, 피터팬을 출간했고, 도서 인세와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여 관련 재단을 설립하는 등 끝까지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싸웠습니다. 고인의 뜻에 따라 빈소 없이 조용히 치러진 무빈소 장례식은 평생을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했던 그의 소박하고 이타적인 성품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합니다. 아빠라는 존재는 깨끗이 잊고 네 행복만을 바란다는 그의 생전 마지막 메시지는 세상의 모든 부모들과 시청자들의 가슴을 깊게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우리가 피터팬 아빠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그의 숭고한 유지를 이어가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그가 세상에 남긴 소중한 기록을 직접 읽어보는 것입니다. 전경철 작가의 에세이
안녕, 피터팬을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찾아 읽어보시길 적극 권장합니다. 책을 구매하고 읽는 행위 자체가 그가 꿈꾸던 발달장애인 지원 사업에 간접적으로 힘을 보태는 일이 되며, 장애인 가족이 매일 마주하는 현실을 깊이 이해하는 첫걸음이 됩니다. 이번 주말, 조용한 북카페나 동네 도서관을 방문해 그의 글을 천천히 음미하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둘째, 유퀴즈 등 그가 출연했던 방송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다시 보며 그의 진심을 주변 이웃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경철 작가 관련 방송 클립을 다시 시청하고 따뜻한 추모의 댓글을 남겨보세요. 많은 사람들의 작은 관심이 모여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알고리즘의 확산은, 자칫 소외되기 쉬운 발달장애인 이슈를 우리 사회의 수면 위로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아주 강력한 원동력이 됩니다.셋째, 거창한 금액이 아니더라도 평소 관심 있던 장애인 복지 재단이나 거주지 인근의 발달장애인 자립 지원 단체에 소액 정기 후원을 시작해 보는 것도 훌륭한 실천 방법입니다. 전경철 작가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아들의 홀로서기 그 자체가 아니라, 바로 차가운 세상의 무관심이었습니다. 우리가 십시일반으로 보내는 작은 연대의 손길이 제2, 제3의 피터팬 가족들에게는 모진 비바람을 막아주는 든든한 우산이 될 수 있습니다.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는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온몸을 바쳐 쏘아 올린 사랑과 연대의 메시지는 이제 남은 우리 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풀어가야 할 숭고한 숙제로 남았습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향해 편견 없는 따뜻한 시선과 작은 배려를 보내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전경철 작가가 하늘에서 가장 환하게 웃으며 반길, 진정으로 아름답고 의미 있는 추모일 것입니다. 끝없는 사랑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물들인 고 전경철 작가님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