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과 전자파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전자제품과 무선 통신기기를 사용합니다. 그로 인해 건강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기를 이용하는 모든 전자제품은 작동할 때 그 주변에 전자기장이 형성되고, 무선 통신기기에서는 고주파가 발생합니다. 전자기장과 고주파 등 전자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전예방 원칙에 따라 가급적 전자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방사선은 전리방사선과 비전리방사선으로 구분합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전자파는 비전리방사선에 해당합니다(마이크로파와 전파).
전리방사선은 에너지가 커서 물질에 도달하면 이온과 유리기(활성산소)를 생성하는 방사선으로 전자방사선(X-선, 감마선 등)과 고속 입자의 흐름인 입자선(알파 입자, 베타 입자, 중성자 등)으로 나뉩니다. 전리방사선은 강한 에너지를 가지므로 신체를 투과하며 DNA 같은 분자들을 손상시켜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비전리방사선은 에너지가 낮아 물질을 통과할 뿐 이온화하지 못하는 방사선으로 자외선과 가시광선, 적외선, 전자기장, 고주파 등을 가리킵니다. 비전리방사선 중 주파수가 수백만 헤르츠(Hz)이 이르는 마이크로파는 신체 조직에서 열을 발생시킬 수 있으나, 주파수가 그보다 낮은 고주파와 전자기장은 열효과가 낮거나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고주파와 전자기장은 신체에 매우 약한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습니다.

전기를 이용하는 모든 제품의 주위에는 전자기장이 발생합니다. 휴대전화, TV, 라디오와 같은 무선장비는 상대적으로 주파수가 높은 전자파를 이용합니다. 전자파를 기준으로 저주파에서 고주파 순으로 열거하면, 병원에서 사용하는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기기, 고압전선이나 변전소, 직장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와 다양한 가전제품(극저주파 전자파), 인덕션 오븐, 전자레인지(중간주파수 전자파), 그리고 TV, 라디오, 무선인터넷, 휴대전화 등과 같은 무선기기(고주파수 전자파)의 순서입니다. 인덕션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는 2.0~2.5GHz의 마이크로파를 이용하는데, 휴대전화(8MHz~2.5GHz)보다 주파수가 더 크므로 휴대전화 다음 순서에 두어야 합니다. 최근에 보급된 5G는 기존 4G/LTE보다 주파수가 더 높아600MHz~1GHz의 저대역도 있으나, 2.5~3.7GHz 중대역, 24~40GHz 고대역을 사용합니다. 전자파는 주파수가 높을수록 에너지도 높아 생체에 노출되었을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전자파는 세포막 등의 전기적 활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내분비계와 면역계, 신경계, 심혈관계, 근육계 등에 광범위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파에 대한 실험 및 역학 연구는 아직 부족한 편입니다.
전자파 중 고압선과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고압선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는 1970년대 말 처음 소아백혈병과의 관련성이 보고된 이후 역학 연구가 수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실험적 증거가 부족하나 일부에서 소아백혈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역시 휴대전화 사용 기간에 따라 뇌종양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이후 수행된 대규모 국제 역학연구에서는 명확한 관련성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부 장기간 노출에서 뇌종양 등 암 발생과의 관련성이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역학연구에 따라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는 고압선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와 휴대전화 등에서 발생하는 고주파를 제한적으로 발암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요인(2B)으로 분류합니다.
일반적으로 생활환경에서 사용하는 전자기기나 무선 통신기기에 의해 노출되는 전자파는 생체조직 내 단백질이나 유전자 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가 높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주파수가 높은 전자파에 노출될 경우 생체조직의 온도가 높아질 수 있으며, 생체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컴퓨터 사용자가 피부 증상, 두통, 피로, 허약감을 호소하는 경우 이를 '전자파 과민증'이라고 하는데, 노출실험에서 전자파 과민증과 실제 전자파 노출과는 직접적 관련성의 증거가 없었고 발생 기전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원칙은 불필요한 전자파 노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기코드를 뽑아놓고, 사용 시에는 적어도 30㎝ 이상 떨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경노출에 더 민감할 가능성이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기업은 전자파 발생이 낮은 전자제품과 무선 통신기기를 개발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하며, 정부는 이러한 기술 개발을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합니다.
1. 대한예방의학회. (2019). 예방의학과 공중보건학. 제3판. 서울: 계축문화사. 730-740.
2. 대한직업환경의학회. (2022). 직업환경의학. 개정판. 서울: 계축문화사. 492-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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