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쯔가무시증
쯔쯔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균(Orientia tsutsugamushi)에 감염된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렸을 때, 혈액과 림프액을 통해 전신적 혈관염이 발생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급성 발열성 질환입니다. 털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가피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초원열, 잡목열 또는 양충병이라고도 불립니다.
쯔쯔가무시증의 매개체인 털진드기는 알→유충→약충→성충의 네 단계 변태를 거칩니다. 털진드기의 유충이 성장하기 위해 숙주동물(사람 등)에 붙어 체액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감염됩니다. 주로 팔, 다리, 머리, 목 같은 노출 부위나 사타구니, 목덜미, 겨드랑이, 엉덩이 같은 습한 부위를 물어 체액을 흡인할 때 진드기 유충 속에 있던 쯔쯔가무시균이 인체 내로 들어가 병을 일으킵니다.


1. 발생현황
쯔쯔가무시병은 국내에서 가장 흔한 리케차 질환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발생합니다. 주로 잡목에 서식하는 털진드기가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이며, 주로 고연령층 여성에서 호발합니다. 9~12월에 벌초나 밤을 따는 등 다양한 이유로 산에 갔다가 털진드기에 물려 감염됩니다. 국내에서 환자 발생 북방 한계선이 연간 8 km 정도의 속도로 북상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한 변화로 추정됩니다.

2) 지역별 환자 발생현황
인구 10만 명당 환자 발생이 많은 지역으로는 전남, 전북, 충남, 경남 순이며, 주요 환자 발생 지역이 활순털진드기 분포 지역과 거의 일치합니다.

10~11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이는 털진드기 유충이 발생하는 시기와 일치합니다.

2. 역학적 특성
• 쯔쯔가무시증의 발생 위험요인
- 직업과 관계없이 밭농사, 과수원, 목축업, 산일(밤 줍기) 등의 농림축산업 관련 작업에 참여한 경우 발생위험 증가할 수 있습니다.
- 풀밭위에 누워서 휴식, 풀밭에서 용변 보기, 장갑 미착용, 상의 탈의 혹은 반팔, 반바지 착용으로 작업을 하는 행위 등은 감염위험을 높이는 행위입니다.

1. 잠복기
쯔쯔가무시증의 잠복기는 10일 이내입니다. 감염된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린 뒤 잠복기가 지나 갑자기 발열, 오한, 두통이 시작됩니다. 이어서 근육통, 기침, 구토, 복통, 인후염이 동반되며 발진과 가피(eschar)가 나타납니다.
2. 임상증상
1) 발진
감염 후 3~7일이 지나면 가렵지 않은 붉은 발진이 몸통에서 시작해 팔과 다리로 퍼집니다. 발진은 지름 3~5mm 정도의 작은 붉은 점으로, 가장자리가 비교적 뚜렷하고 서로 뭉치지 않습니다.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색이 잠시 옅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므로, 피가 피부 아래에서 새어 나와 생기는 자반(출혈성 반점)과는 구별됩니다. 이런 발진은 손바닥과 발바닥을 제외한 팔, 다리, 몸통 부위에 잘 생기며, 1~2주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2) 가피(eschar)
진드기에 물린 부위에는 직경 5~20 mm 정도의 가피가 생기는데, 이것이 쯔쯔가무시증을 진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털 진드기에 물린 자리는 초기 구진에서 수포, 궤양을 거쳐 검은색 가피로 덮이게 됩니다. 가피 주변은 붉은색 홍반으로 둘러싸입니다. 증상이 나타날 때쯤이면 전형적인 가피가 형성됩니다.
우리나라 환자의 약 50~93%에서 가피가 발견되며, 주로 피부가 겹치고 습한 부위, 즉 속옷 속, 겨드랑이, 무릎 뒤쪽(오금) 등에 잘 생깁니다. 또한 배꼽, 귓바퀴 뒤, 항문 주위, 머리 속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도 생길 수 있으므로 철저한 신체 확인이 필요합니다.
가피는 몸의 앞쪽(복부, 가슴 부위)에 더 많이 나타나며, 성별에 따라 위치가 조금 다릅니다. 남성은 주로 배꼽 아래 30 cm 부근, 여성은 가슴과 배 부위에서 잘 발견됩니다. 이 가피는 가을철에 발열을 동반하는 다른 질환, 예를 들어 신증후출혈열이나 렙토스피라증과 쯔쯔가무시증을 구별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진드기매개감염병이 의심되는 경우 진드기에 물린 부위 확인이 중요하며, 털진드기에 물린 자국(가피) 발견율은 약 83.1%(2024년 기준)입니다.


3) 발열
첫째 주 동안 40도에 가까운 고열이 나면서 두통과 결막충혈이 흔히 동반됩니다. 고열, 두통, 결막충혈, 발진은 신증후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등에서도 나타나는 증상으로 원인질환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되지는 못합니다.
4) 그 외 증상
가장 흔한 증상은 발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 전신쇠약감 등으로 거의 모든 환자에서 나타납니다. 그 외 관절통, 인후통, 기침, 오심과 구토, 복통, 가슴답답함, 의식변화, 전신 경련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1. 진단 및 검사
쯔쯔가무시증은 대부분 가을철에 발생하며, 야외 활동 이력이 있고 가피와 발진이 보이면 임상적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피나 발진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있어, 증상만으로 쯔쯔가무시증을 진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때는 혈액 검사나 유전자 검사, 배양 검사 등으로 확진합니다.
1) 혈청학적 검사
환자의 혈액에서 항체를 찾아내는 검사입니다. 간접면역형광검사, 피동혈구응집법, 효소면역측정법 등이 사용됩니다. 항체는 보통 발병 후 1~2주가 지나야 만들어지기 때문에, 증상이 시작된 초기에 검사하면 음성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진단은 유행 시기와 증상, 야외활동 여부를 함께 고려하여 이루어집니다. 혈청검사는 치료가 끝난 후 진단을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2) 균 분리
환자의 혈액에서 쯔쯔가무시균을 배양해 분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 주가 걸리고, 민감도도 46.7%로 낮아 실제 진단보다는 균을 분리 목적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3) 유전자 검사
환자의 혈액, 가피 혹은 림프 조직에서 핵산증폭검사(polymerase chain reaction assay, PCR)를 시행하여 균의 유전자를 확인합니다.
4) 조직 검사
쯔쯔가무시증에서는 림프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혈관염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감염 초기에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되면서 혈관이 약해지고, 혈장과 혈장 단백이 새어나와 출혈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피 부위의 조직을 현미경으로 보면 피부의 괴사와 혈관 주위의 림프구, 대식세포가 관찰됩니다.
5) 감별진단
쯔쯔가무시증은 말라리아, 장티푸스, 렙토스피라병, 신증후출혈열, 뎅기열 등과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리케차 감염병과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이들 질환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신고를 위한 진단기준
쯔쯔가무시증은 우리나라에서 3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되어 있어 아래와 같이 24시간 이내에 신고합니다.
1) 환자: 쯔쯔가무시증에 부합되는 임상증상을 나타내면서 확인 진단을 위한 검사기준에 따라 감염병 병원체 감염이 확인된 사람
2) 의사환자(추정환자): ① 임상증상 및 ② 역학적 연관성을 감안하여 쯔쯔가무시증이 의심되며, ③ 추정 진단을 위한 검사기준에 따라 감염이 추정되는 사람
<추정환자 신고 관리 강화를 위한 관리지침 일부개정(2024.9.5.)>
① 가피(eschar) 형성이 반드시 확인되어야 하며, 발열‧림프절 종대 등 쯔쯔가무시증에 부합한 임상증상이 동반되어야 함
② 잠복기 내 야외활동(텃밭작업, 등산 등)으로 진드기 노출력이 확인되어야 함
③ 추정진단 세부검사법(ICA, IFA 1차)에 의해 특이항체가 검출되어야 함
※ 추정진단 결과 특이항체가 검출되었지만, 가피 확인이 안되는 경우 관할 보건환경연구원으로 확인진단(PCR) 검사 권고
3. 진단을 위한 검사기준

쯔쯔가무시병을 예방하려면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농작업이나 야외활동을 할 때는 털진드기가 피부에 닿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 긴팔, 긴바지, 모자, 목수건, 토시, 장갑, 양말, 장화를 착용합니다.
• 풀밭에 앉거나 눕지 말고, 옷을 벗어두지 않습니다.
• 쉴 때는 돗자리를 사용하고, 사용 후에는 털어둡니다.
• 작업이나 야외활동 후에는 바로 샤워 또는 목욕을 하고, 작업복, 속옷, 양말 등은 즉시 세탁합니다.
쯔쯔가무시증의 여러 혈청형에 모두 효과적인 백신은 아직 없습니다.
쯔쯔가무시증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항생제(독시사이클린, 클로람페니콜, 아지스로마이신 등) 치료를 합니다.
기본적으로 성인에서는 독시사이클린 100 mg을 하루 2회 복용하며, 통상 해열 후 최소 3일 이상, 임상 회복까지(보통 7일 내외) 투여합니다. 대체 약제로 아지트로마이신(예: 1일 1회 500 mg, 3~5일)도 사용할 수 있으며, 임신부 또는 소아에서는 이 방식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항생제 투여 후 48시간 이내에 열이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약 고열이 지속된다면 말라리아나 뎅기열 등 다른 감염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일부 지역에서 약제 내성균이 보고되어 리팜핀 등 사용이 제안되나, 우리나라에서는 결핵 내성 위험 등을 고려하여 신중히 사용해야 합니다.
항균제 이외에도 중증의 쯔쯔가무시증에서 장기부전이 발생하면 인공호흡기나 혈액투석 등 지지요법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2주 이상 고열이 지속되다가 서서히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적절히 치료받지 않으면 간질성 폐렴,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같은 폐질환과 심근염, 위장관 출혈, 급성 신부전, 수막뇌염 등과 같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치명률이 0~30%에 이른다고 되어 있으나 국내는 약 0.1~0.3%로 추정됩니다.
1. 질병관리청 (2024). 법정감염병 진단검사 통합지침
2. 질병관리청 (2025). 2025년도 진드기·설치류 매개감염병 관리지침
3. 질병관리청 (2025). 감염병포털. https://dportal.kdca.go.kr/pot/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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