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두증(소아)
수두증(hydrocephalus)은 그리스어로 ‘물’을 뜻하는 ‘hydro’와 ‘머리’를 뜻하는 ‘cephalus’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수두증은 병이라기보다 뇌 안쪽 뇌실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뇌척수액이 축적되어 뇌실이 확대된 상태입니다.
수두증은 발생 기전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눕니다.
1. 무교통수두증(noncommunicating hydrocephalus)은 뇌척수액이 흐르는 경로 중 일부가 막혀 뇌실이 늘어난 것으로 수도관 협착(aqueductal stenosis), 아교세포 증식, 아르놀트-히아리 기형(Arnold-Chiari malformation), 댄디-워커증후군(Dandy-Walker syndrome), 갈렌 정맥 기형(vein of Galen malformation), 뇌척수액 통로의 종양 등에 의해 발생합니다.
2. 교통수두증(communicating hydrocephalus)은 지주막하 공간에서 뇌척수액의 흡수가 잘 되지 않아 발생합니다. 뇌실 내 출혈, 폐렴사슬알균 감염, 결핵 수막염, 백혈병성 침윤 등의 후유증으로 생기고, 연골무형성증에서도 자주 동반됩니다.
수두증은 뇌와 척수의 선천성 구조 이상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어린이에게 흔합니다. 발생 시기에 따른 주요 원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출생 시(선천성)
1) 척추갈림증, 척수수막탈출증 등의 기형
2) 미숙아의 뇌실 내 출혈
3) X 염색체의 변이
4) 댄디-워커증후군 등의 유전 질환
5) 지주막낭
6) 많은 경우 선천성 수두증의 원인은 알 수 없음
2. 어린이
1) 뇌 출혈
2) 정맥 혈전
3) 뇌수막염, 뇌염
4) 뇌종양
5) 머리 외상
6) 뇌졸중
수두증의 정도가 아주 심하지 않다면 수술 시 관찰되는 수두증의 상태보다는 그 원인이 예후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를 둘러싸 외부 충격에서 보호하는 쿠션 역할, 뇌 조직에 단백질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 노폐물을 처리하는 역할 등 여러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수두증은 뇌척수액의 생성과 흡수, 흐름에 불균형이 있을 때 발생합니다. 빠져나가지 못한 뇌척수액으로 인해 뇌실 내 압력이 높아져 뇌실이 확장되고 뇌압이 상승하면서 여러 증상이 나타납니다.

천천히 진행하는 수두증은 연령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1세 미만 영아는 아직 머리뼈가 닫혀 있지 않으므로 수두증이 진행되면 머리둘레가 비정상적으로 커집니다. 앞 숨구멍이 넓게 열리면서 튀어나오거나, 두피 정맥이 확장되기도 합니다. 이마가 돌출되고 눈동자가 아래로 내려가는 일몰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나이가 더 많은 어린이는 머리뼈가 닫혀 있어 증상이 미묘합니다. 보챔, 힘 없음, 식욕저하, 구토 등이 흔하고, 특히 나이가 많은 어린이는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통은 주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심한데, 이는 밤 동안 누워 있어서 뇌척수액이 잘 빠져나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잠시 앉아 있으면 나아지기도 하지만, 수두증이 심하면 두통은 하루 종일 지속됩니다. 성격이 서서히 변하거나 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수두증이 서서히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습니다. 머리둘레를 주기적으로 측정해보면 점점 빠르게 늘어나기도 합니다.
뇌압 상승에 의해 안구 내 시신경 유두가 붓는 유두부종, 한쪽 눈이 안쪽으로 몰리는 6번 뇌신경 마비, 하지의 추체로 증상(힘 빠짐, 강직, 반사 항진, 근육의 의도하지 않은 반복적 움직임 등)도 흔히 나타납니다.

수두증이 있으면 유전 질환과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가족의 병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나 뇌실 내 출혈이 있지는 않았는지, 뇌수막염, 뇌염 등의 병력은 없었는지도 확인합니다. 신경섬유종증을 염두에 두고 몸에 여러 개의 밀크 커피색 반점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신생아기나 영아기에는 머리 뼈가 다 닫히지 않아 머리둘레가 커지는 것이 중요한 소견이므로 머리둘레의 측정이 중요합니다.
수두증은 초음파 검사, 컴퓨터 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검사를 통해 신속하고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으며, 감별 진단 및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대천문이 1 cm 이상 열려 있으면 초음파 검사로 뇌실 크기를 정확히 알 수 있으나, 대천문이 닫힌 후에는 CT나 MRI 검사를 통해 수두증을 확인합니다.
수두증은 반드시 치료해야 합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뇌 손상이 계속 진행합니다.
뇌척수액 생산 속도를 늦추는 아세타졸아미드(acetazolamide)나 푸로세미드(furosemide)를 쓸 수 있지만 장기 복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뇌수종의 근본적 치료는 수술이지만 수술 시기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진행하지 않을 가벼운 뇌실 확장을 너무 일찍 수술하면 수술에 따른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회복이 불가능한 뇌장애나 시각장애가 초래될 때까지 수술을 늦춰도 곤란합니다. 머리뼈 봉합이 열려 있는 시기에는 뇌압 상승이 급격하지 않으나, 닫힌 다음에는 뇌압이 빠르게 상승해 위험하므로 일찍 수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1. 지름술(단락술, shunt operation)
지름술은 션트(shunt)라고 불리는 얇은 관을 삽입해 뇌척수액을 뇌실에서 몸의 다른 부위로 배출시키는 수술입니다. 뇌척수액은 혈액으로 다시 흡수됩니다. 션트는 압력 조절 밸브가 장착된 유연한 관으로, 머리에서 뇌척수액 배출 부위까지는 피부 아래로 지나갑니다. 최근에는 션트의 끝을 복강(peritoneal cavity)에 두는 것이 보통입니다. 수술은 전신 마취 후 진행하며, 1~2시간이 걸립니다. 단락술 후에는 영상 검사로 수두증의 변화를 관찰하며, 복강으로 내려 보낼 뇌척수액의 양은 션트의 밸브로 조절합니다.

2. 내시경 셋째뇌실 창냄술(endoscopic third ventriculostomy)
션트를 넣는 대신 뇌 바닥에 구멍을 뚫어 뇌척수액을 뇌 표면으로 배출시켜 흡수하는 방법입니다. 뇌척수액 통로가 막힌 비교통성 수두증 환자에게만 쓸 수 있습니다. 수술은 내시경으로 이루어지며 1시간가량 소요됩니다. 합병증으로 뇌 바닥에 뚫은 구멍 막힘, 뇌의 뇌척수액 흡수 기능 저하, 드물게 감염, 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뇌 바닥의 구멍이 막히면 재수술이나 지름술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수두증의 원인 질환이나 수술 후 합병증을 확인하기 위해 정기 진찰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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