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및 탈구
보통 “고관절 탈구”라고 설명을 듣고 소아정형외과 외래로 방문하시는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은 고관절의 발달과 관련된 다양한 상태(이형성증, 아탈구 및 탈구)를 포함하는 용어입니다. 아기는 관절을 싸고 있는 막이 유연하기 때문에 발달 및 성장 과정에서 고관절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른 시기에 잘 치료하면 정상적인 고관절로 발달할 있지만 방치하면 심각한 장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합니다.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은 나이에 따라 임상적 소견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증상 및 징후는 사타구니 쪽 피부 주름의 비대칭 등 다양하며, 고관절 탈구가 없는 아탈구 혹은 이형성증 단계에서는 대부분 증상이나 징후가 나타나지 않기도 합니다.
고관절을 구부린 상태에서 벌렸을 때, 사타구니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부분의 한쪽 피부 주름이 반대쪽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깊다면 고관절이 탈구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타구니 쪽 피부 주름의 비대칭은 정상인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런 소견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으로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아기가 누운 자세에서 고관절과 무릎을 구부렸을 때 무릎의 높이가 다르다면, 고관절 탈구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기저귀를 갈 때 고관절이 잘 벌어지지 않는 경우에도 고관절 탈구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징후는 보통 생후 3개월 이후에 관찰됩니다. 생후 3개월 이전에는 관절이 매우 유연해 고관절이 빠져 있어도 쉽게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는 고관절에서 덜컹거리는 느낌이 더 중요한 임상적 징후로 간주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할 시기에 다리를 절뚝거린다면 고관절 탈구를 의심해야 합니다.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 및 징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사타구니 쪽 피부 주름의 비대칭
- 탈구 쪽 다리가 상대적으로 짧아지면서 나타날 수 있으나, 임상적으로 큰 의미가 없습니다.
- 기저귀를 갈 때 고관절이 잘 벌어지지 않음
- 고관절 및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한쪽 다리가 짧음
- 보행 시 다리를 절뚝거림
- 한쪽에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이 있는 경우 보행기에 뚜렷이 눈에 띄는 경우가 있습니다.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수록 정상에 가까운 고관절로 성장하고 발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외관상 증상이나 징후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의 가족력 - 부모나 형제·자매 중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이 있는 경우 발병 확률이 높아집니다. 특히, 쌍둥이의 경우 일란성 쌍둥이는 42.7%, 이란성 쌍둥이는 2.8% 정도로 함께 발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둔위 태향(역아) - 산모의 태내에서 태아는 대개 머리를 아래로 향해 자궁 입구 쪽을 향하는 자세를 취합니다. 이와 반대로 태아의 엉덩이나 다리가 아래쪽, 즉 산모 자궁의 입구 쪽을 향한 자세를 둔위 태향(역아)이라고 합니다. 신생아 중 역아는 2~3%인데, 역아의 12.5~20%에서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연관된 변형 - 선천성 근성 사경(기울어진 목), 중족골 내반증, 사두증 등
● 양수 과소증
● 첫째 아이, 여아
신체 진찰 결과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이 강하게 의심될 경우, 초음파 검사를 시행합니다. 적절한 시기는 출생 후 6~8주입니다. 신생아 초기에는 정상적으로 고관절의 발달이 미숙해 고관절 이형성증의 범주에 속하는 소견이 관찰되어도 따로 치료가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뚜렷한 탈구 소견이 없는 한 생후 6~8주 이후에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퇴골두의 골화가 시작되는 생후 3~4개월 이후에는 초음파보다 단순 방사선 검사(X선 검사)가 진단 및 평가에 더 유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고위험군 어린이는 영유아기 초음파 검사에서 정상 소견이 나왔더라도, 발육 과정에서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생후 6~12개월에 단순 방사선 검사를 통해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습니다.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탈구된 대퇴골두를 정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안정시키며 정상적으로 발달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치료 방법은 환아의 나이, 도수 정복(손으로 제자리에 위치시키는 것)의 가능성, 정복 후 관절의 안정성, 이형성증의 정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합니다. 나이는 치료 방법 선택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유일한 기준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어릴수록 파브릭(Pavlik) 보조기 같은 보존적 방법이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으며, 나이가 많아질수록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러나 모든 환아에서 동일한 치료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개개인의 상태와 특성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 후 치료를 진행해야 합니다.
1. 보조기를 이용한 치료
출생에서 6개월까지는 주로 보조기를 이용하여 치료하지만, 그 이후에는 환아의 몸이 커서 보조기만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6개월 이내에 발견해도 탈구가 있다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파브릭 보조기는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보조기입니다. 발과 대퇴부를 어깨에 연결된 끈으로 당겨 고관절이 90도 이상 구부러진 상태에서 벌려진 자세를 유지시킵니다. 끈으로만 구성되어 가볍고, 착용 상태에서도 기저귀를 교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조기는 맨 살에 직접 닿지 않도록 속옷을 입히고 양말을 신긴 후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조기의 끈 길이를 조절하는 작업은 수술 못지않게 기술이 필요하므로, 보호자가 임의로 조절하지 말고 반드시 치료하는 의사가 조절해야 합니다. 특히 신생아는 고관절이 과도하게 벌어지면 대퇴골두 괴사의 위험이 있으므로, 양측 무릎 아래에 수건을 받쳐 고관절이 50~60도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탈구가 있는 경우, 보조기 착용 후 2~4주 안에 대퇴골두가 정복된 위치에 유지되는지를 초음파검사를 통해 확인합니다. 만약 정복되지 않았다면 견인 치료 후 도수 정복 등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또한 보조기를 착용하는 동안에는 4주마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복 상태의 안정성과 비구 이형성증의 개선 정도를 추적 관찰해야 합니다. 파브릭 보조기는 임상적 소견과 방사선 소견이 정상이 될 때까지 착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정상이 되더라도 갑작스럽게 제거하지 말고, 1~2개월에 걸쳐 착용 시간을 점차 줄이며 종료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 견인 치료
견인 치료는 도수 정복 혹은 수술적 치료 시작 전에 받는 치료로서 시행해왔습니다. 보통 1~2주 정도 피부 견인을 합니다. 이를 통해 고관절 주변 근육의 긴장을 풀고 길이를 늘려 정복을 용이하게 하고, 정복 후에도 과도한 관절 압박을 방지해 대퇴골두 괴사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객관적으로 증명된 바 없어서, 견인 요법을 시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3. 도수 정복술
생후 6~8개월 이후에는 파브릭 보조기로 정복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며, 환아의 몸이 커서 보조기가 맞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도수 정복술은 절개 없이 전신 마취 상태에서 탈구된 고관절을 정복하는 방법으로, 고관절을 움직여보아 충분히 넓은 범위에서 정복된 상태가 유지될 때 시행할 수 있습니다. 수술방에서 전신 마취를 하고 고관절을 정복한 후, 정복이 유지되는 위치에서 석고 붕대로 고정해 관절을 안정시킵니다. 석고 붕대 안에서 고관절이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 범위 안에서 관절의 정복이 유지되지 않고 재탈구된다면 도수 정복을 시행할 수 없습니다.
석고 붕대 고정 후 정복이 유지되는지 컴퓨터 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 혹은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을 이용해 확인해야 합니다. 고관절이 안정되고 비구 발달이 시작될 때까지 4~6주마다 전신 마취 상태에서 석고 붕대를 교환하며 보통 3~6개월간 지속합니다. 석고 붕대 고정이 끝난 후에도 관절의 안정화와 비구 이형성증 개선을 위해 플라스틱 외전 보조기를 좀 더 착용할 수도 있습니다. 뼈가 완전히 발달될 때까지 고관절 발달 과정을 관찰해야 하며, 이형성증이 남아있는 경우 절골술로 교정해야 할 수 있습니다.
4. 수술적 치료
도수 정복이 되지 않는 환아나 도수 정복이 되어도 쉽게 재탈구되는 환아, 정복 후에 대퇴골두 괴사 등의 위험성이 높다고 의료진이 판단한 환아는 수술적 정복을 시행합니다. 수술적 정복 후에도 도수 정복을 한 뒤와 마찬가지로 석고 붕대로 고정합니다. 수술 후 1~2회 정도 전신 마취 상태에서 석고 붕대 교환이 필요하며, 수술 후 2~3개월 정도 석고 붕대를 유지합니다. 유아기 후반의 환아에서는 도수 정복으로 치료할지 수술적 정복으로 치료할지 결정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어느 쪽이 더 유리할지 알 수 없는 회색 지대가 넓게 존재하므로 일괄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전문의와의 상담이 꼭 필요합니다.
환아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대퇴골과 비구의 골격 구조에 변형이 심해서 수술적 정복만으로는 관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때는 수술적 정복과 절골술을 동시에 시행합니다. 도수 정복술 혹은 수술적 정복술을 통해 안정적인 정복을 얻었지만, 성장하면서 아탈구가 생기거나 비구 이형성증이 지속되는 경우에도 절골술을 통한 교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아기를 감쌀 때 다리를 편 채로 싸매면 고관절 발달에 좋지 않습니다. 반대로 아기가 다리를 자연스럽게 벌리는 자세, 포대기로 업거나 아기띠로 다리가 보호자를 감싸 안는 형태는 고관절 발달에 좋은 자세입니다.


1. 국제 고관절 이형성증 연구소, International Hip Dysplasia Institute (https://hipdysplasia.org/)
2. 이덕용, 조태준 등. (2022). 이덕용 소아정형외과학 (제 5판). 군자출판사.
3. Herring, J. A. (2022). Tachdjian’s Pediatric Orthopaedics (6th ed.). Elsev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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