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증후군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피로는 일상에서 흔한 증상인데다 저절로 회복되기도 하므로 자칫 소홀하게 여기기 쉽습니다. 실제로 일차진료의사를 방문하는 환자 중 피로를 호소하는 비율은 24~32%이지만, 피로를 주 증상으로 일차진료의사를 찾는 환자는 10% 이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피로는 다양한 질환의 초기 증상인 경우가 많아서 관심 있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피로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사람은 5~20%,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사람은 1~10% 정도로 보고됩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피로를 느끼지만 일반적으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그리고 60세 이상이 젊은 층에 비해 피로 증상을 더 많이 호소합니다. 피로의 원인이 신체적인 질환인 경우는 50% 미만이지만, 40세 이상에서는 신체적인 질환에 의한 피로가 40세 미만보다 2배 정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만성피로증후군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피로의 원인이 워낙 다양해서 원인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자가 진단으로 잘못된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만성 피로의 원인과 대책, 그리고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1. 피로의 정의
피로(疲勞, fatigue)는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요인 등 다양한 측면의 특징을 갖고 있어 간단하게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피로란 "일상적인 활동 후 비정상적인 탈진 증상, 기운이 없어서 지속적인 노력이나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 전반적으로 기운이 없어 일상적인 활동조차 수행할 수 없는 상태'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2. 만성 피로와 만성피로증후군
피로는 지속 기간에 따라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개월 이상 지속되는 피로를 '지속성 피로'라 하고, 그중에서도 원인에 관계없이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피로를 '만성 피로'라고 합니다. 하지만 '만성피로증후군'은 만성 피로 증상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원인 중 한 가지 원인 질환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만성 피로는 피로 증상 그 자체를 가리키지만, 만성피로증후군은 만성 피로를 유발하는 원인 질환 중 하나로 엄격한 진단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단순히 만성 피로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만성피로증후군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는 매우 흔하지만, 실제로 만성피로증후군의 기준이 맞는 환자는 드물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1994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의 정의를 적용한 경우 지역 사회 주민의 0.42%, 일차진료의사의 2.6%가 그 기준을 만족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 김철환 등의 보고에 따르면 일차진료의사를 방문하는 환자의 1.22%가 만성피로증후군이었습니다.
1. 만성피로증후군
설명이 되지 않는 새로운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적 혹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엄격한 진단 기준을 만족했을 때 진단 가능합니다.
2. 특발성 만성 피로
만성피로증후군의 기준에는 맞지 않지만 설명이 되지 않는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피로와 만성 피로의 흔한 유발 요인은 반복되는 과로, 스트레스, 남성 갱년기, 정신질환인 우울증, 불안증 등입니다. 최근에는 피로 증상을 호소하는 젊은 여성이 늘고 있는데 심한 다이어트, 불규칙한 식사로 인한 영양상태의 불균형이나 출산 후 육아 등으로 인한 수면 장애 등이 만성 피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1. 피로의 원인이 되는 흔한 질환들
피로를 주 증상으로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흔한 질환을 살펴보면 혈액 질환으로 심한 빈혈이 있고, 호르몬 및 대사 이상으로 당뇨병, 갑상선 질환, 남성 갱년기 등이 있으며, 신장 질환으로는 만성 신부전증, 만성 신장염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감염성 질환으로는 결핵, 급성 및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등이 있고, 심혈관계 질환으로 고혈압, 각종 심장 질환 등이 있습니다. 우울증, 불안증 등 정신질환과, 수면 무호흡증, 발작성 수면과 같은 수면 장애도 만성 피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악성 종양 및 류마티스성 질환, 발열성 질환, 영양 결핍, 비만 역시 흔히 피로를 일으킵니다.
이러한 병적인 원인은 피로 이외의 증상을 잘 파악해 신체 진찰 및 적절한 검사를 시행함으로써 밝혀낼 수 있습니다. 운동을 하고 난 뒤에 느끼는 피로나 심리적인 원인에 의한 피로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반드시 병적인 원인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2. 피로의 원인이 되는 약물
일상 생활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약물이나 의사의 처방에 의한 약물이 피로의 원인인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항고혈압제(이뇨제, 베타차단제 포함),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소염진통제(마약성 진통제 포함), 항경련제, 부신피질 스테로이드제, 감기약(항히스타민제 포함), 경구 피임약, 니코틴(담배) 등이 피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을 포함한 약물 남용이나 약물 금단 증상도 피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3.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
사실 만성피로증후군은 아직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서 하나의 질환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 원인도 단순히 우울증이나 불안증의 신체적 증상인지, 특정한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인지 결론이 나지 않은 실정입니다. 최근에는 바이러스 감염을 비롯한 각종 감염증, 일과성 외상 혹은 충격, 만성적인 스트레스, 독성 물질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유발 요인의 공통적인 결과로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만성피로증후군의 경과는 환자에 따라서 매우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만성피로증후군의 증상은 호전과 악화가 주기적으로 반복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회복 가능성은 초기 5년 이내에 31.4%, 10년 이내에 48.1%입니다.
만성피로증후군의 기저 병태생리는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바이러스 감염, 자율신경계 이상,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의 스트레스에 대한 이상 반응,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면역계와 호르몬계의 이상 등이 제시되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장내미생물과의 연관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차진료의사를 찾은 환자 중 1개월 이상 피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는 15~30%,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는 10~20% 정도로 보고됩니다. 주로 20~50대 젊은 성인에 많으며, 여자가 남자보다 많습니다. 12~18세 청소년층에서는 성인에 비해 유병률이 낮습니다. 1994년 질병통제예방센터 정의를 적용한 결과 지역사회 주민의 0.42%, 일차진료의사를 방문한 환자의 2.6% 정도가 기준을 만족했습니다.
1. 피로의 임상적 특징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이 호소하는 내용은 각양각색입니다. 바로 "몹시 피곤하다"라고 호소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다", "자꾸 눕고 싶고 통 힘이 없다", "웬일인지 나른하고 기운이 없다", "통 의욕이 없고 피곤하다", "좀 기운이 나게 해줄 수가 없느냐?"라는 식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2. 만성피로증후군의 다른 증상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은 피로뿐 아니라 일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다양한 인지 기능 장애를 호소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피로와 함께 수면 장애, 두통, 근육통, 위장장애, 어지럼증, 성욕 감소, 식욕 변화 등 여러 가지 동반 증상을 호소합니다.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 자세한 문진과 신체 진찰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이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정신 상태를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진단적 검사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병력이나 증상을 잘 파악해서 적절한 검사와 진찰을 시행해야 정확한 원인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원인 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검사실 선별 검사와 임상적으로 의심되는 다른 검사들을 같이 시행합니다. 혈액 및 소변 검사, X선 촬영 외에도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스트레스 및 자율신경 검사, 뇌파 검사, 정신상태 검사, 운동능력 평가, 체위성 저혈압 검사, 뇌혈류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1. 만성피로증후군의 진단
만성피로증후군을 진단하는 특별한 검사는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원인을 잘 알 수 없는 만성 피로 증상이 지속된다면 다른 원인에 의한 피로가 아님을 확인하는 소위 배제 진단과 증상의 특징을 이용해서 만성피로증후군을 진단합니다. 다음은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만성피로증후군의 진단 기준입니다.

2. 피로 증상의 평가

1. 치료 전략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 가설이 다양하기 때문에 제시되는 치료 방법 역시 다양하며, 아직 표준 치료 지침이 정해지지 않아 원인 치료와 증상 완화, 대처 전략 마련, 기능의 보존과 회복에 중점을 둡니다.
우선 피로를 유발한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해야 합니다. 특히 우울, 불안 혹은 사회적 스트레스가 피로의 원인이라고 확인되면 가능한 조기에 평가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만성피로증후군에서는 원인을 제거하는 전통적인 치료 전략만으로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조합해 개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2.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
피로는 다양한 원인 질환에 의해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입니다. 따라서 치료에 특별한 원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피로를 유발한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3. 그 외 치료
만성피로증후군은 아직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한 근치적 요법은 아직 없고, 전문가마다 주장하는 치료법도 조금씩 다릅니다. 많은 치료법이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효과적인 공통 치료법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자연히 증상을 호전시키는 대증 요법이 치료 전략입니다. 일반적으로 항우울제 투여, 정신적인 안정, 다각적인 통증 치료 등을 쓸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소염제가 도움이 됩니다.
물론 환자의 증상 특성에 따라 치료를 달리할 수도 있습니다. 두통이나 근육통을 줄이기 위한 치료, 불면증을 줄이기 위한 치료, 면역 기능 강화를 위한 치료, 항우울제 투여, 고농도 항산화제 비타민 투여, 행동 인지 치료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항불안제, 면역글로불린 주사, 바이오피드백, 아미노산 투여, 항생제 및 항바이러스제 투여, 인터페론 요법, 혈압 상승제, 갑상선 호르몬 투여, 항히스타민제, 운동요법 등 많은 치료법이 소개되어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지는 못합니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게는 항우울제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흔히 나타나는 통증, 수면 장애 증상도 항우울제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울증이 없는 환자도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 계열의 항우울제를 사용했을 때 증상이 호전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피로 증후군 환자에게 사용되는 항우울제로는 삼환계 항우울제(tricyclic antidepressants, TCA)로 독세핀(doxepin), 아미트리프틸린(amitriptyline), 데시프라민(desipramine), 노르트립틸린(nortriptyline) 등이 있고,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 항우울제로 플루옥세틴(fluoxetine), 설트랄린(sertraline), 파록세틴(paroxetine) 등이 있습니다. 그 밖에도 트라조돈(trazodone), 부프로피온(bupropion), 벤라팍신(venlafaxine) 등을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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