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는 영아증후군
늘어지는 영아 증후군은 출생 직후 또는 어린 영아기에 전신적인 근긴장도 저하가 나타나는 질환을 총칭하는 말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질환을 포함합니다. 근긴장도란 근육을 수동적으로 움직일 때 발생하는 저항의 정도로 정의하며, 검사자가 수동 운동을 시킬 때 저항이 떨어져 있으면 근긴장도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근긴장도가 저하되면 근력(근육을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힘) 또한 저하되는 경우가 많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근긴장도는 중추신경계, 말초신경계, 근육 등 다양한 기관에 의해 조절됩니다.
따라서, 늘어지는 영아 증후군은 중추 및 말초신경계, 근육 등 다양한 수준의 문제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근긴장도 저하를 임상적으로 의심하고 진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경험 있는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경과 예측과 치료 방침 결정이 가능하며, 때로는 빠른 진단이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의심되는 경우 바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중추성 원인
1) 염색체 이상질환
다운 증후군, 터너 증후군, 프라더-윌리 증후군, 안젤만 증후군 등
2) 선천 대사 이상 질환
아미노산병증, 니만-픽병, 로웨 증후군, 폼페병 등
3) 급성 뇌손상
저산소성-허혈성 뇌손상
4) 대뇌기형
뇌 이랑 없음증
2, 말초성 원인
1) 운동신경원
척수 근위축증, 폴리오 척수염
2) 말초신경
샤르코-마리-투스 병, 조기 발병 염증성 탈수초 다발신경병
3) 신경근접합부
선천성 근무력 증후군
4) 근육
선천성 근병증, 선천성 근이영양증, 선천성 근긴장 이영양증, 갑상샘 저하증
늘어지는 영아 증후군의 임상 경과 및 예후는 원인 질환에 따라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염색체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근긴장 저하는 나이가 들고 성장하면서 조금씩 좋아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원인에 따라 다양한 병태생리를 보입니다.
늘어지는 영아 증후군의 정확한 역학 자료는 보고된 바 없습니다. 다만 60-80% 정도는 중추성 원인, 15-30% 가량은 말초성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 외에 일부 원인 질환 각각의 유병률이 보고되는데, 일례로 뇌이랑 없음증은 약 1십만 명당 한 명, 척수성 근위축증의 경우 약 5천~1만 명당 한 명 꼴로 발생합니다.
근긴장도가 저하된 영아는 다양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출생 후 울음소리가 작거나 젖을 빠는 힘이 약해 수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증상이 심해 호흡 곤란이 동반되면 신생아 중환자실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근긴장도가 저하되면 중력에 대한 근육의 저항도가 떨어져서 특징적으로 누워 있을 때 관절이 과신전 되면서 양쪽 허벅지 바깥쪽이 바닥에 닿는 '개구리 다리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일부 환자는 출생 직후 괜찮다가 수일 혹은 수개월이 지나면서 수유 시간이 길어지고 팔다리의 움직임이 적어지며 얕고 빠른 호흡이 나타나는 등 증상이 진행하기도 합니다. 근긴장도가 저하된 영아는 목 가누기 및 뒤집기 등 운동발달 지표도 지연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근긴장도는 아이를 수평으로 들거나 누운 자세에서 양팔을 잡아 올려(당김 반응) 확인할 수 있는데, 수평으로 들었을 때 팔다리와 고개를 늘어뜨리거나 당김 반응에서 고개를 뒤로 늘어뜨린다면 근긴장도가 저하되었다고 판단합니다.

진단을 위한 첫 단계는 근긴장 저하의 원인이 중추신경계 이상인지, 근육 및 말초 신경계 이상인지를 감별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힘줄반사가 증가되어 있으면서 발작, 의식 수준 변화와 같은 뇌병증이 동반되어 있으면 중추신경계 이상을 의심해야 합니다. 반면 근육량이 줄어 있거나, 근육이 가늘게 떨리거나, 힘줄반사가 감소 또는 사라진 경우는 근육 및 말초신경계 이상, 즉 말초성 원인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울음소리가 작고, 젖을 빠는 힘이 매우 약하며, 호흡이 얕아 흉곽 팽창이 불충분하고 빠른 경우가 흔합니다. 높고 깊은 입천장, 얼굴 근육의 힘이 떨어져 근육병에 특징적인 얼굴 모양 등도 말초성 원인을 시사하는 임상 소견입니다. 말초성 원인인 아기는 의식이 또렷하고 눈맞춤, 따라보기 등이 정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출생 전후 산모 및 태아기의 병력을 잘 살펴보는 것도 원인 감별에 도움이 됩니다. 산모의 기저질환, 신경근육 질환의 가족력, 임신 중 약물 복용, 태동 감소, 양수 과소 또는 과다, 둔위 분만 여부, 아프가(Apgar) 점수를 포함한 출생 전후의 임상 소견을 잘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한 저산소성 뇌손상, 심한 뇌기형, 대부분의 염색체 이상 질환, 일부 대사 질환이 중추성 원인에 의한 근긴장 저하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검사로는 중추성 원인이 의심되는 아기에게 뇌 자기 공명 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과 염색체 마이크로어레이, 대사이상 검사 등을 시행합니다. 특히 특징적인 얼굴 모양과 하얀 얼굴, 갈색 머리, 아몬드 모양의 눈, 잠복 고환 등의 특징과 함께 신경학적 검진에서 힘줄반사가 정상인 경우에는 프레더 윌리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혈액을 이용한 유전자 검사로 약 99%의 환자에서 진단이 가능합니다. 말초성 원인 감별을 위해서는 혈청 크레이틴 키나아제 검사, 근전도 검사, 신경전도 검사, 근육조직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말초성 원인은 말초신경, 근신경접합부, 근육 등의 문제로 대부분 유전질환입니다. 신경/근전도 검사 및 근육조직 검사는 이상이 발생한 부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신생아 및 어린 영아는 검사 소견과 원인 부위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해석에 주의해야 합니다.
중추성 및 말초성 원인의 상당수가 유전질환으로 유전자 검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검사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원인 진단이 어려울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유전자 검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원인 질환이 다양하기 때문에 한번에 여러가지 유전자를 검사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최근에는 차세대 시퀀싱이라고 불리는 검사기법이 발전하면서 과거에 비해 유전진단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늘어지는 영아 증후군의 주요 원인 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은 일반적인 차세대 시퀀싱 검사로 확진이 불가능하고 다른 종류의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므로 무조건 검사를 시행하는 것보다 자세한 병력청취와 검진 등을 통해 상세한 원인 예측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여러 검사를 통해 원인을 진단하면 치료 계획 수립, 예후 예측, 추가적인 가족 상담 등을 진행합니다. 특히 유전자 이상에서는 다음 임신 시 질환의 재발 가능성을 예측하고 산전 클리닉 협진 등을 통해 질환 재발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척수성 근위축증 등 일부 질환에서 유전자 치료를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고, 그 외 유전성 근육병에서도 유전자 치료 개발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추후 유전자 치료제의 임상 적용이 계속 늘고, 유전진단의 중요성도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늘어지는 영아 증후군 중 일부는 원인적 치료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갑상샘 호르몬 저하증은 부족한 갑상샘 호르몬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당원병으로 분류되는 폼페병은 부족한 효소를 주사로 직접 보충해줄 수 있습니다. 선천성 근무력 증후군은 신경근접합부의 다양한 유전자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데, 유전자 종류에 따라 신경근접합부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대사에 작용하는 아세틸콜린 에스터라제 억제제나 3,4-디아미노피리딘(3,4-diaminopyridine) 등을 투여할 수 있습니다. 말초신경인 척수 전방 뿔세포의 변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척수성 근위축증에는 척수 전방 뿔세포의 변성을 막는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키는 올리고뉴클레오티드(척수강내 주사), 바이러스벡터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제(정맥주사), 혹은 스플라이싱 조절제(경구 투여) 등의 치료가 가능합니다.
위 질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질환에서 원인적 치료법이 개발되어 있지 않아 증상의 중증도에 따른 보존적인 치료를 시행합니다. 전신 상태와 근육 약화의 중증도에 따라 물리치료를 시행하며, 호흡보조요법이 필요한 중증 환자는 소아호흡기 전문의와 상의해 적합한 호흡보조요법을 시행합니다. 폐렴 등 호흡기 감염에 의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감염을 철저히 예방해야 합니다. 그 외에 발작이 동반된다면 적절한 항경련제 요법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어린이 환자이며, 근긴장도 저하로 인해 운동 발달 지연이 동반되므로 보호자가 질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호흡 부전이 있다면 호흡기 감염에 취약하므로 지속적인 호흡기 관리가 필요합니다. 삼키지 못하거나 흡인 위험이 있는 경우 비위관 혹은 위루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합니다. 환자가 계속 누워 있고 움직임이 적은 경우, 욕창 예방을 위한 정기적인 자세 변경, 관절 구축 예방을 위한 스트레칭 운동 등을 시행해야 합니다.
원인에 따라 정기 진찰 빈도와 방문 진료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주치의와 상의해 결정합니다.
호흡기 감염 혹은 흡인과 관련된 폐렴, 관절 구축 등이 흔한 합병증으로 평상시 관리가 중요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