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응고요법
몸에 상처를 입고 출혈이 생기면 혈관 밖으로 나온 혈액은 응고 과정을 거쳐 액체 상태에서 굳어진 덩어리로 바뀝니다. 혈액은 혈관 내에 이물질이 있을 때에도 응고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러한 혈액의 응고 성질은 과도한 출혈을 막기 위한 것으로, 정상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종의 자가 방어 기전입니다. 그런데 비정상적으로 혈액이 혈관 속에서 응고되어 혈전(피떡)이 만들어지고 심지어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자는 정상적인 혈액 응고 성질을 억제하는 항응고요법이 필요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약제를 항응고제라고 합니다. 항응고제는 작용기전에 따라 헤파린 유도체, 쿠마딘 유도체, 비타민 K 비의존성 경구 항응고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헤파린 유도체
• 헤파린은 미분획 헤파린(Nfractionated Heparin, UFH)이라고도 합니다. 헤파린은 활성화된 응고인자 IX, X, XI, XII뿐만 아니라 트롬빈을 불활성화합니다. 또한, 피브리노겐이 피브린으로 전환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출혈이 생길 수 있으며, 개인에 따라 항응고 효과의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주기적으로 aPTT 검사를 통해 용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 저분자량 헤파린(Low-Molecular Weight Heparin, LMWH)은 헤파린을 화학적, 물리적으로 분해해 단점을 개선한 것입니다. 용량에 따른 항응고 효과를 예측할 수 있어 혈액응고 검사를 할 필요가 없고, 투여방법이 간편하며, 부작용이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신장으로 배설되므로 만성 신질환 환자에서는 용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2. 쿠마딘 유도체
와파린은 쿠마딘 유도체로서 가장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경구용 항응고제입니다. 비타민 K의 작용을 차단함으로써 비타민 K를 필요로 하는 응고인자(프로트롬빈, VII, IX, X)의 활성화를 억제해 항응고 작용을 나타냅니다. 와파린은 복용이 편하고 값이 저렴하지만, 작용 발현이 늦고, 혈액응고 검사를 통해 용량을 조절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와파린의 항응고 효과는 프로트롬빈 시간(Prothrombin Time, PT)를 표준화한 국제표준화비율(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 INR)로 나타내며, INR 2.0~3.5 범위를 유지합니다.
3. 비타민 K 비의존성 경구 항응고제(Non-Vitamin K Antagonist Oral Anticoagulant, NOAC)
트롬빈에 직접 부착해 트롬빈의 작용을 차단하는 다비가트란, Xa 응고인자를 선택적으로 저해해 혈전 생성을 막는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에도사반이 있습니다. 경구 투여제로 복용이 편하고, 와파린의 출혈 부작용이나 약물상호작용, 음식 상호작용이 적으며, 혈액검사를 통해 INR을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위험도의 심방세동 및 인공 심장 판막 삽입, 심부 정맥 혈전증이 있는 경우는 중풍, 전신 색전증 및 폐 색전증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항응고제의 투약이 필요합니다.
[항응고요법의 대상이 되는 질환]
• 고위험도의 심방세동 환자
• 인공 판막 치환술을 받은 환자
• 심재성 정맥 혈전증
• 폐 색전증
1. 헤파린
활성화 부분트롬보플라스틴시간(Activated Partial Thromboplastin Time, aPTT): 환자의 혈장에 미리 활성화시킨 응고 인자와 인지질, 칼슘을 첨가한 후 섬유소 덩어리가 생길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혈액 응고 과정 중 내인성 경로에 관여하는 응고인자들을 평가합니다.
2. 와파린
프로트롬빈 시간(Prothrombin Time, PT): 환자의 혈장에 트롬보플라스틴, 인지질, 칼슘을 첨가한 후 혈액이 응고되어 섬유소 덩어리가 생길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혈액 응고 과정 중 외인성 경로에 관여하는 응고인자들을 평가합니다.
국제표준화비율(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 INR): 혈액 응고 시간의 지표가 되는 프로트롬빈 시간(PT)에 대해 검사기관 사이의 차이를 보정하기 위한 국제적인 표준화 비율을 말합니다. 출혈 경향이 높아질수록 INR 값도 상승합니다. INR 값은 일반적으로 2.0~3.5를 목표로 하지만, 질병의 상태와 수술 내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담당 전문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합니다.
3. 비타민 K 비의존성 경구 항응고제
항응고 효과를 예측 가능해 일상 진료 시 모니터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특수한 상황에서 혈장 농도를 정량화하는 응고 검사를 통해 측정할 수 있습니다.
1. 심방세동
심방세동은 부정맥 중 심방에서 발생하는 빈맥(빠른 맥박)의 한 형태입니다. 비정상적인 전기신호가 심방 내로 전도되거나 심방 자체에서 비정상적인 전기신호가 발생해 불규칙한 전기신호가 분당 600회 정도의 빠르기로 발생합니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전기신호가 매우 빠르고 제멋대로 전도되면 심방이 정상적인(규칙적인) 수축을 하지 못하며, 매우 빠른 심방 내 전기신호가 방실 결절을 통해 불규칙하게 심실로 전도되므로 심장박동이 빠르며 박동 사이 간격이 매우 불규칙한 것이 특징입니다.

심방세동은 임상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부정맥으로 일반 인구의 1~2%에서 발생하며, 나이가 들수록 많아져 85세 이상에서는 약 20% 이상에서 나타납니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정상적으로 수축하지 않고 미세하게 떨고 있는 상태로, 좌심방 안에 와류가 생기고 피가 굳어 혈전(피떡)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혈전은 갑자기 떨어져 나가 좌심실과 대동맥혈관을 통해 뇌혈관이나 다른 장기의 혈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위험합니다. 이렇게 해서 피의 흐름이 갑자기 중단되면 그 부위가 상하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뇌혈관이 막히면 뇌졸중(중풍, 뇌경색)이 발생합니다. 뇌졸중이 생기면 응급치료나 수술이 필요할 수 있으며, 치료받더라도 사지 마비 등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일반인에 비해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5배 정도 높으므로, 심방세동이나 심방조동이 있을 때는 대개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항응고요법을 시행해야 합니다.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발생 위험도를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CHA2DS2–VASc 점수가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현재 진료 지침은 성별을 제외하고 1개 이상의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에서 장기간 항응고제 사용을 고려하며, 특히 CHA2DS2–VASc 점수가 2점 이상인 남성 또는 3점 이상인 여성 심방세동 환자에게는 뇌경색 예방을 위해서 경구 항응고제 치료를 강력히 권장합니다. 안전성 대비 효과가 좋으며, 정기적 항응고 모니터링이 필요치 않은 비타민K 비의존성 경구 항응고제를 기본 약제로 추천하지만, 판막성 심방세동 환자(기계판막 및 중등도 이상의 승모판막 협착증)에게는 와파린을 추천합니다.
2. 인공 판막
항응고요법은 기계판막 치환술을 시행받은 모든 환자에게 필요합니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서 항응고제 와파린 사용 시 목표로 하는 국제표준비율(INR)은 우리가 실제 임상에서 목표로 하는 수치보다 약간 높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대규모로 시행된 연구자료가 없어서 대체로 INR을 활용합니다. 국내 흉부외과 학회에서는 국내 실정에 맞춰 아래 표와 같은 기준을 권고합니다.
와파린을 사용해도 연간 1~2% 혈전이 생길 위험이 있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위험이 훨씬 커집니다. 기계 판막이 아닌 조직 판막을 사용했을 경우에도 항응고요법을 시행하지 않으면 연간 약 0.7% 정도 혈전 및 색전이 생깁니다. 색전 위험은 판막의 종류와 무관하게 대동맥 판막보다는 승모 판막 치환술을 시행한 경우에 더 높습니다. 특히 삽입된 판막에 내피세포가 완전히 덮일 때까지, 즉 수술 후 수 일에서 수 개월 이내에 잘 일어납니다.

1) 기계판막
기계판막을 시술받은 모든 환자에게 와파린 복용은 필수입니다. 대동맥판 치환술을 시행받았을 때는 판막의 종류에 따라 목표 INR이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이판성 판막(Bileaflet Valve)이나 메드트로닉(Medtronic Hall) 판막은 INR 2.0~3.0을 목표로 하며, 다른 디스크 판막이나 스타-에드워즈(Starr-Edwards) 판막은 INR 2.5~3.5를 목표로 합니다. 승모판 치환술을 시행받았을 때는 기계판막의 종류와 관계없이 INR 2.5~3.5를 목표로 합니다.
대동맥판 치환술을 시행했을 때도 심방세동이 있거나 과거 색전의 경험이 있는 경우, 혈액 응고가 항진된 상태에서는 목표 INR을 2.5~3.5로 높이고 아스피린을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좌심실의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 경우에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좀 더 강력한 항응고요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이것은 외국 기준이며, 국내 실정에 맞게 조절해야 합니다.
경구용 와파린에 하루 80~100 mg의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추가할 경우, 혈전 현상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그러므로 출혈 위험이나 아스피린 알레르기 등 금기증이 아닌 경우에는 아스피린 사용을 권장합니다. 하지만 아스피린 용량을 하루 500 mg 이상으로 올리면 출혈 위험이 높아지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 그림은 기계판막을 삽입하는 모습이며 기계판막을 삽입하면 혈전이 잘 생기기 때문에 와파린 복용이 필수적입니다.

2) 조직판막
조직판막 시술 후 첫 3개월간은 항응고제 사용을 권장하나, 대동맥판 치환술을 받으면 아스피린만으로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와파린 사용 시 목표 INR은 2.0~3.0이며, 수술 후 3개월이 지나면 약 3분의 2의 환자는 정상 판막과 마찬가지로 와파린 사용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3분의 1 정도는 과거력상 심방세동, 색전 경험, 혈액 응고가 항진된 상태 등으로 인해 영구적으로 와파린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때 목표 INR 역시 2.0~3.0입니다. 좌심실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었다면 역시 지속적인 항응고요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3) 목표 INR 유지하기
실제 임상에서 정확한 INR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음식이나 다른 약물, 간 기능 변화 등에 의해 와파린의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규칙적인 INR 측정이 필수적입니다. 정확한 INR 수치보다는 일정 범위 내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능하다면 전문가의 정기적인 감독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4) 적절한 항응고제의 사용 중 색전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
적절히 항응고제를 사용했는데도 색전 현상이 발생했다면, 좀 더 강력한 항응고요법이 필요합니다. 목표 INR이 2.0~3.0이었다면 2.5~3.5로, 목표 INR이 2.5~3.5였다면 3.5~4.5로 상향 조정합니다. 아스피린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하루 80~100 mg을 추가하고, 이미 와파린과 아스피린 하루 80~100 mg을 함께 복용했다면, 아스피린 용량을 하루 325 mg으로 증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아스피린을 단독으로 사용했다면 아스피린을 증량하거나(최대 허용량 하루 325 mg), 와파린을 함께 복용하는데 이때 목표 INR은 2.0~3.0으로 합니다.
5) 항응고제를 과도하게 사용한 경우
INR이 목표치보다 높다면 대부분 와파린을 쓰지 않고 INR을 반복 검사하면서 목표치R에 도달하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그러나 INR이 5 이상인 경우는 출혈 위험이 크므로, 치료가 필요합니다. INR 수치가 5~10이고, 출혈 증거가 없으면 경구용 비타민 K1을 2.5 mg 복용하고 24시간 후 INR을 측정합니다. 응급 상황에는 비타민 K1 주사보다 신선동결혈장을 수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비타민 K1 주사는 INR을 과도하게 교정할 위험이 있어, 오히려 혈전 생성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6)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의 비심혈관계 수술이나 치과 치료
와파린 사용 환자가 수일간 복용을 중지하면 혈전 발생 위험이 약간 높아지지만 시술의 필요성과 시술 후 출혈 위험을 고려해 와파린 복용을 중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색전의 고위험군인 색전 과거력이 있는 기계판막 환자의 경우, 와파린을 복용하지 않을 때의 색전 위험이 연간 10~20%이므로, 3일간 와파린 복용을 중지한다면 그동안 색전 위험은 약 0.08~0.16%만 높아집니다. 단 시술 후 와파린을 단독으로 사용하면 단백질 C와 단백질 S가 먼저 소모되어 오히려 혈전 생성을 촉진하므로 고위험군에서는 헤파린 정맥 주사를 함께 사용해 INR 목표치에 도달한 후 와파린 단독요법으로 바꾸는 것이 안전합니다.
일반적으로 단순한 치과 치료나 피부 치료처럼 출혈이 문제가 되지 않을 때는 항응고제의 사용을 중단할 필요가 없습니다. 백내장이나 녹내장 같은 안과 수술도 출혈 위험이 거의 없어 항응고제를 계속 사용하면서 수술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아스피린을 복용한다면 수술 1주 전 복용을 중지하고, 수술 후에도 담당의의 승인에 따라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나 항응고제의 사용 중지는 기본 원칙하에서 각각의 개별적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임상 의사의 판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출혈 위험이 크거나 출혈 후유증이 심각할 때는 일단 와파린을 중단해 INR가 1.5 이하가 되면(보통 와파린 끊고 2~3일 후) 수술하고, 수술 후 24시간 이내에 와파린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혈전 생성 고위험군은 앞서 말한 대로 와파린을 재시작할 때 INR가 목표치에 이를 때까지 헤파린 정맥 주사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고위험군은 최근 1년 내 혈전이나 색전이 있었던 경우, 과거 항응고제를 끊고 혈전이 생겼던 경우, 비요크-실리(Bjork-Shiley) 판막을 사용한 경우, 적어도 3개 이상의 위험 인자(심방세동, 색전증 과거력, 혈액 응고가 증가한 상태, 기계판막, 좌심실 기능 저하 중에서)가 있는 경우, 기계판막을 승모판에 사용하고 다른 한 가지의 위험 인자가 함께 있는 경우 등입니다. 이때는 의사의 판단도 중요합니다. 헤파린은 와파린 중지 후 INR이 2.0 미만이 되면 시작해 수술 4~6시간 전에 끊습니다. 수술 후 출혈 위험이 없어지면 곧바로 다시 시작해 혈액 응고 검사인 aPTT 시간을 55~70초로 유지합니다. 와파린 사용 후 3~5일간 병용하다가 INR 목표치에 도달하면 헤파린을 끊습니다. 저분자량헤파린은 사용이 간편해 매력적이나, 아직 인공 판막에서 충분히 연구된 결과가 없어 현 시점에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환자마다 개인 차이가 심하므로 꼭 주치의와 상의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3. 정맥 혈전 색전증
1) 정맥 혈전 색전증의 원인
정맥 혈전 색전증은 혈류 정체나 와류(소용돌이)가 생기기 쉬운 정맥 내 판막 주변이나 외상 부위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건강한 몸에서 혈액응고계와 용해계는 균형을 이루지만, 이 균형이 깨지면 혈전이 과도하게 형성되어 혈전성 질환이 발생합니다. 1856년 루돌프 피르호(Rudolf Virchow)는 정맥 혈전의 발생 요인으로 혈류 정체, 혈관 손상, 과도한 혈액 응고 등 세 가지를 제시했는데, 이 개념은 현재까지 통용됩니다

2) 처치 목적
정맥 혈전증에서 피떡(혈전)은 눈덩이가 작을 때는 눈이 잘 뭉쳐지지 않다가, 어느 정도 크기에 이르면 급속히 커지는 것과 비슷하게 나빠집니다. 항응고제 치료는 이런 현상을 막는 표준 치료입니다. 항응고제는 이미 생긴 정맥 혈전이 더 커지는 과정을 막는 약으로, 새롭게 혈전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동안 우리 몸의 정상적인 혈전 용해 과정을 통해 피떡이 생리적으로 제거되도록 도와줍니다.
항응고제는 지난 50여 년 간 주사용 항응고제인 헤파린과 경구용 항응고제인 와파린이 표준 치료로 사용되었습니다. 헤파린은 주사제이므로 장기간 사용이 어렵습니다. 반면 와파린은 비타민 K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 청국장, 녹황색 채소류 등의 섭취를 제한해야 하고, 효과를 판정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혈액 검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하루 1~2번 피하주사하는 저분자량 헤파린이 개발되어 지속적인 정맥주사가 필요한 헤파린을 대체했고, 2016년 이후 와파린의 단점을 개선한 경구용 항응고제인 다비가트란(직접 항트롬빈 억제제)과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에독사반(10번 혈액 응고 인자 억제제) 등 4가지 약제가 일차적인 표준 경구 항응고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맥 혈전증 치료 목적의 와파린은 현재 새로운 항응고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만 이차적으로 사용됩니다. 심부 정맥 혈전증의 치료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항응고 약물 요법이지만 혈전 용해 약물 요법, 하대정맥 필터, 카테터 혈전 제거술, 스텐트 삽관 등 침습적 치료, 혹은 혈전 제거 수술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치료 방법은 정맥 혈전 발생 후 경과한 시간, 정맥 혈전의 성질·상태, 폐동맥 혈전 색전증 유무, 출혈 부작용 가능성 유무 등을 고려해 선택합니다.
3) 시간에 따른 심부 정맥 혈전증의 표준 항응고 치료
심부 정맥 혈전증이 진단된 후 시간에 따른 치료는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표준 항응고 치료로는 새로운 경구 항응고제인 직접 트롬빈 억제제(다비가트란)이나 혈액 응고 10번 인자 억제제(리바록사반, 아픽사반, 에독사반) 등 4가지 약제를 사용합니다.

심부 정맥 혈전증이 진단되면 초기 5~21일 급성기에는 저분자량 헤파린이나 고용량의 새로운 항응고제를 사용하며, 통상 이 기간인 1주일 전후 입원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 치료로 다비가트란이나 에독사반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5일 이상 저분자량 헤파린을 사용하며, 리바록사반의 경우 유지 용량인 하루 20 mg의 1.5배인 30 mg을 15 mg으로 나누어 하루 2번씩 21일간 복용합니다. 아픽사반은 유지 용량으로 5 mg을 하루 2번 복용하는 것의 2배인 10 mg으로 하루 2번씩 일주일간 복용합니다.
급성기 항응고 치료는 이후 모든 환자에서 최소 3~6개월간 경구 항응고제를 복용하면서 외래 진료를 받는 기간을 말합니다. 급성기 항응고 유지 용량은 다비가트란은 150 mg이나 110 mg을 하루 두 번 복용, 리바록사반은 하루 한번 20 mg 복용, 아픽사반은 5 mg을 하루 두 번 복용, 에독사반은 하루 한번 60 mg 혹은 30 mg을 복용하는 것입니다. 어떤 항응고제를 사용할지는 담당 의사가 동반 질환이나 복용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
급성기 항응고 치료 후에는 출혈 위험성과 정맥 혈전증 위험 인자의 동반 여부에 따라 항응고제 치료를 종결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재발을 막기 위해 항응고제 복용을 유지하면서, 매년 연장할지를 혈전 전문가가 판단합니다. 일부 증상이 심한 장골/대퇴 정맥 혈전증이나 폐색전증의 경우 항응고 치료뿐만이 아니라 혈전 제거술이나 혈전 용해제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급성기에 다리가 많이 부었을 때는 누운 자세에서 부종이 있는 다리를 심장보다 더 높게 올리는 자세를 유지하고, 어느 정도 가라앉은 후에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4) 와파린이나 저분자량 헤파린 항응고 치료
대부분의 심부 정맥 혈전증은 새로운 항응고제로 치료하는 것이 2016년 이후 전 세계 진료지침에서 권고되는 표준 치료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경구 항응고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과거의 표준 경구 항응고치료인 와파린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임신 중 정맥 혈전증처럼 새로운 경구 항응고제나 와파린을 모두 사용할 수 없다면 임신 기간 내내 저분자량 헤파린을 매일 피하주사할 수 있습니다.
5) 하대정맥 필터
하대정맥 필터는 하대정맥에 필터를 유치해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전을 막아 폐동맥 혈전 색전증 발생을 차단하는 방법입니다. 기저 질환이나 수술, 외상 때문에 항응고 약물 요법을 사용할 수 없거나 항혈전 치료제 사용 중에도 폐동맥 혈전 색전증이 발생하는 경우, 정맥 혈전증의 과거력이 있거나 현재 치료 중인 환자에게 재발 위험도가 높은 수술이나 처치가 필요할 경우, 폐동맥 혈전 색전증 예방이 필요한 경우 등에 고려합니다.
이때도 필터 자체가 완벽한 항혈전 재질이 아니므로 시간이 지나면 필터 자체에서 혈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출혈 위험이나 폐동맥 혈전 색전증의 위험이 없어지면 필터를 제거하거나, 계속 필터를 사용할 때는 항응고제를 병용합니다. 이러한 단점 때문에 최근에는 필터의 무분별한 사용을 경계하면서, 혈전 위험이 없으면 쉽게 제거 및 회수할 수 있는 비영구유치형 필터를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하대정맥 필터에는 영구유치형 필터와 회수 가능한 일과성 필터가 있는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영구유치형 필터의 사용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회수 가능한 일과성 하대정맥 필터를 사용할 경우 대부분 14일 이내에 제거해야 하므로, 시술 전에 미리 필터에 거대한 혈전이 발생할 경우의 대처 방법을 고려한 후 사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6) 심부 정맥 혈전증의 권장 치료 기간
심부 정맥 혈전증 환자의 항혈전 치료 중 재발률은 5% 미만이지만, 항응고요법을 시행한 후 3개월 사이에 약 2%, 이후 1년 사이에 약 5~10%의 환자에게 재발합니다. 그러나 심부 정맥 혈전증이 재발한 환자는 치료 후 재발률이 매우 높아 약 20%에 이릅니다. 따라서 심부 정맥 혈전증의 적절한 치료 기간을 결정하여 재발률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항응고제의 장기간 사용은 심부 정맥 혈전증 치료 및 추가 혈전 예방 효과가 있는 반면, 출혈 부작용에 따른 위험 부담이 반드시 따릅니다. 이런 이익과 위험을 고려해 혈전증의 발생 가능성에 따라 표준치료 기간을 정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장기 항응고제 치료가 도움이 되는 환자를 가려내는 능력이 향상되어 항응고제의 치료 기간을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 혈전증 재발 위험도에 따라 치료 기간을 달리합니다. 수술, 손상 등으로 인한 심부 정맥 혈전증은 연간 재발 위험도가 5% 미만이므로 이전과 같이 3개월의 항응고요법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반복되거나, 혈전증 호발 증후군인 C단백, S단백, 안티트롬빈결핍 환자나 항인지질 항체 증후군, 진행 암의 경우는 연간 재발 위험도가 12%에서 달하므로 6개월 이상 혹은 평생 항응고요법을 권장합니다.
비타민 K 비의존성 경구 항응고제는 항응고 효과를 예측 가능하므로 일상 진료 환경에서 모니터링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와파린을 복용한다면 식사, 약물, 음주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혈액 응고 상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와파린을 복용하는 환자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담당 의사도 자세한 정보를 수집해 와파린 용량을 결정하는 데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비타민 K
비타민 K는 혈액 응고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와파린과 반대로 혈액 응고 작용을 항진시키므로, 와파린을 복용하는 환자는 규칙적으로 식사해 섭취하는 비타민 K의 양이 일정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타민 K가 풍부한 식품을 많이 섭취하거나 비타민 K가 들어 있는 영양제를 따로 복용하면 와파린의 항응고 작용이 억제되므로 적절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반대로 질병 등으로 인해 식사를 제대로 못하면 비타민 K 섭취량이 줄어 출혈 경향이 심해집니다.
비타민 K가 풍부한 식품은 양배추, 상추, 시금치, 오이 껍질, 마요네즈, 샐러드유, 콩기름, 순무, 냉이, 파슬리, 브로콜리, 녹차, 소 간, 작은 완두콩, 케일 등입니다. 비타민 K가 적게 함유된 식품으로는 당근, 토마토, 가지, 껍질 벗긴 오이, 양파, 버섯, 호박,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고등어, 전복, 밀가루, 살, 사과, 바나나, 포도, 레몬, 배, 오렌지, 멜론, 버터, 치즈, 요구르트, 달걀, 과일 주스, 우유, 차, 커피, 땅콩, 버터 등이 있습니다.
비타민 K가 풍부한 식품을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들 식품을 적당히 일정하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며, 갑자기 섭취량을 크게 변동시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2. 약물
많은 약물이 와파린의 약효를 변화시킵니다. 일부 해열 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 나프록센, 이부프로펜), 일부 비충혈 제거제(슈도에페드린/트리프롤리딘), 일부 항생제(아목시실린, 에녹사신), 일부 변비 치료제(수산화마그네슘), 일부 위궤양 치료제(파모티딘, 시메티콘), 위장관 작용제(메토클로프라마이드) 등은 와파린과 함께 복용 가능합니다. 와파린을 복용하는 환자가 이러한 약물 이외의 약을 써야 한다면 담당 전문의와 상의하는 게 좋습니다. 약을 처방받기 전에는 미리 담당 의사에게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와파린의 효과를 변화시키는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때에 따라 혈액 응고 검사를 다시 시행해 와파린 용량을 조절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항응고제 투여 시 발생 가능한 주요 부작용은 출혈입니다. 잇몸 출혈, 피부의 멍, 코피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혈이 되지 않거나, 토혈, 혈뇨, 혈변, 흑색변, 멍의 증가, 잇몸 과다출혈 등이 생긴다면 응급상황일 수 있으므로 가능한 빨리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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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세동, 인공판막, 심부정맥 혈전증, 폐색전증, 비 비타민K 길항 항응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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