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항생제는 세균 감염증에 대한 치료제이므로 세균 감염이 의심될 때에만 사용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세균에 의한 감염증이 아닌 경우에도 많은 항생제가 오남용 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항생제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질환 중 하나인 상기도 감염증, 특히 감기는 대부분 항생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흔히 감기라고 하면 급성 비인두염을 말하는데, 이는 80% 이상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이므로 세균성 인두염을 의심할 상황이 아니라면 가급적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즉, 급성 비인두염에서 발열이 없고, 인두에 발적이 없으며, 뚜렷한 감기증상만 나타난다면 세균 감염을 의심할 필요가 없으므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편도나 인두에 누런 삼출물이 관찰되거나 고열과 압통을 동반한 경부 림프절 종창이 있다면 세균에 의한 감염으로 보고 항생제 투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부비동염의 경우에도 누런 콧물만으로 항생제 치료의 적응증이 되지 않지만, 치통과 두통, 눈 주위 통증이 동반되거나 누런 콧물이 10~14일 이상 지속되면 항생제 투여를 고려해야 합니다. 열이 난다고 무조건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도 항생제 오남용의 큰 원인이 되고 있는데, 비감염성 질환에서 일시적인 발열을 동반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기 때문입니다.
다음과 같은 질환은 항생제를 가능한 빨리 사용해야 하는 내과적 질환에 해당되므로 이들 질환의 감별을 신속히 해야 합니다.

과거 페니실린밖에 없었던 시절에는 의사들이 감염질환에 대해 어떤 항생제를 처방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수많은 종류의 항생제들이 개발되어 있어, 각 항생제의 약리학적 특성, 항균 범위, 작용 기전, 내성 양상, 약물 상호작용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최근까지도 항생제가 새롭게 개발됨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습관대로 적응증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항생제의 오남용 문제가 여전히 있습니다. 약제 내성의 증가, 치료 실패의 증가, 불필요한 약제에 따른 부작용 발생과 이로 인한 입원기간 연장 및 경제적 손실 증가 등 이 발생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 항생제 사용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는 분야로, 각 항생제를 선택할 때는 반드시 신중해야 하고, 의료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잘못된 항생제 사용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다음의 사항들을 반드시 고려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1. 병원균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하였는가?
항생제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인체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감염의 원인균을 확실히 규명하여 해당 세균에 맞는 항생제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입니다. 따라서 원인 미생물을 정확히 알기 위한 검체 채취는 항생제 선택에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가능한 항생제 투여를 시작하기 전에 검체를 채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항생제를 사용한 후에 검체를 채취하면 원인균이 잘 배양되지 않으므로 초기 항생제에 효과가 없는 경우 나중에 항생제를 변경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감염이 의심되는 부위에서 무균적인 시술법으로 검체를 채취하는 것이 중요하며, 발열이 있는 경우 혈액배양도 권고됩니다. 세균 배양검사를 할 수 없는 경우나 병원체가 확인되지 않아 경험적으로 항생제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에도 습관적으로 항생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적·역학적 상황을 고려하여 원인균으로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병원균을 추정하여 효과적인 항생제를 선택해야 합니다.
2. 가능한 항생제 중 가장 적절한 것은 무엇인가?
세균 배양검사에서 병원체를 분리하면 이를 이용하여 항생제에 대한 감수성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감수성을 보이는 항생제 중에서도 항생제의 약리학적 특성, 작용기전, 항균 범위, 약물 알레르기 유무, 부작용 등을 고려하여 선택해야 하며, 감염질환의 중증도나 감염부위 와 같은 환자의 상황도 고려해서 선택해야 합니다. 또한 사용할 항생제의 비용 측면도 고려해야 하는데, 약물 자체의 비용도 중요하지만 투여 용량, 투여 간격, 부작용, 약물 농도측정 등에 요구되는 비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3. 항생제를 병용해야 하는가?
숙주 방어기전에 이상이 없는 정상 면역 환자의 감염증의 치료 원칙은 가장 적절한 한 가지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여러 항생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습관적으로 2-3가지 항생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가 흔한데, 실제로는 과도한 항생제 병용이 환자에게 해를 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여러 항생제를 동시에 사용하면, 정상 상재균에 영향을 주어 초감염의 원인균주가 아닌 다른 세균에 의한 중복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여러 항생제에 내성이 발현되고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비용이 증가하고, 심지어는 길항작용(antagonism)에 의해 항균효과가 더 감소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양검사 결과에 따라 원인균이 밝혀지고, 감수성이 있는 단일 항생제가 있다면 항생제를 병용하여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를 병용하여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항생제 병용요법이 필요한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내성 출현의 방지
세균은 다양한 돌연변이를 일으켜 항생제에 내성을 획득하게 되고, 특히 항생제의 국소 농도가 낮으면 내성균만 선택적으로 자라게 되어 치료에 실패하게 될 뿐만 아니라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때 작용기전이 다른 항생제를 동시에 사용하면 내성균의 발현과 선택적 내성균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결핵과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감염증이 대표적인 예로, 3~4가지 약제를 동시에 투여해야 내성균 출현을 억제하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2) 여러 균주에 의한 혼합감염
복강 내 감염이나 골반 내 감염처럼 여러 세균의 혼합감염이 흔한 경우에는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를 병용 투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광범위 항생제의 등장으로 한 가지 항생제만으로도 필요한 항균영역을 확보하게 되었고, 단일 약제로도 치료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3) 중증감염의 초기 치료
면역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감염 초기에 적극적인 항생제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때 초기에는 아직 원인균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병원체가 확인될 때까지 효과적인 항균 범위 확보를 위해 병용요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패혈성 쇼크의 초기 경험적 치료에서도 이러한 원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것은 가장 큰 항생제 오남용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초기 배양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임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4) 상승작용이 있는 항생제
내성이 있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데, 항생제 병용에 의한 상승적 살균작용을 이용하는 것은 매우 유용한 치료방법일 수 있습니다. 상승작용(synergism)이란 두 가지 항생제를 병용하여 투여할 경우 각각의 항생제의 효과를 합한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 현상을 말합니다. 즉, 전혀 효과가 없는 A라는 약제와 약간의 효과가 있는 B라는 약제를 병용으로(A+B) 투여하였을 때 훨씬 강력한 항균효과를 보이는 경우를 상승작용이라고 합니다. 시험관 내에서 이런 상승작용을 보이는 항생제 조합은 많지만, 실제 임상적으로 증명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상승작용과 반대 현상을 보이는 경우를 길항작용(antagonism)이라고 합니다. 즉, 효과가 좋은 D라는 약제를 효과가 없는 C라는 약제와 병용하여(C+D) 투여했을 때 오히려 D라는 약제 단독으로 사용한 경우보다 효과가 감소하게 됩니다. 따라서 약제를 잘못 병합하는 경우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4. 항생제를 투여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환자의 상태는?
동일한 세균이고 동일한 항생제 감수성 양상을 보이는 경우에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선택하는 약제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환자 요인에 따른 항생제 특징을 고려를 해야 합니다. 고려해야 할 환자 요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1) 항생제의 사용 이력
환자에게 항생제를 사용하기 전에 과거 항생제 사용 이력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과거에 항생제에 대한 부작용이나 알레르기가 있었던 경우에는 가능한 동일한 약제는 피해야 하며, 이전에 사용했던 항생제에 효과가 없었다면 다른 약제로 변경을 해야 하므로 사용했던 항생제의 종류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병원을 옮겨야 하는 경우에도 사용했던 항생제의 이름을 적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2) 환자의 연령
나이에 따라 위 산도가 변하면서 경구 항생제의 흡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미숙아나 1년 이내의 어린이는 신기능이 아직도 미숙하므로 항생제의 용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신기능이 점차 감소되므로 노인에서 신장으로 배설되는 약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용량 조절을 고려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설파계 항생제는 신생아에게 사용하면 핵황달을 유발할 수 있으며, 테트라사이클린 제제는 뼈나 치아에 친화력이 커서 발육기에는 치아의 형성부전이나 착색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8세 미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퀴놀론계 항생제는 어린 동물에서 연골 손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어린이에게는 아직 권장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연령에 따른 특징적인 부작용과 금기 약제의 목록을 알고 있어야 약제로 인한 부작용을 피할 수 있습니다.
3) 유전 혹은 대사 이상
약물대사에 관련된 유전적 이상에 따라 항생제 선택과 사용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약이라도 동양인과 서양인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다를 수 있으며, 특정 유전적 결함이 있는 사람은 특정 항생제에 대해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또한 당뇨병 환자에게 근육주사를 하는 경우 항균제의 흡수가 잘 되지 않아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4) 임신
임신과 수유 역시 항생제 선택에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대부분의 약물이 태반을 통과하기 때문에 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한 많은 항생제가 태아에 대한 안전성에 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예전부터 오래 사용되어 왔던 약제 중 일반적으로 태아에서의 안전성이 비교적 잘 알려진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페니실린은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입증된 대표적인 항생제입니다. 반면, 테트라사이클린 약제는 임신 중에 사용하면 태아의 치아와 뼈의 발육을 저해할 뿐 아니라 임산부에서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항생제는 특히 임신 제 2기에 태아의 8번 뇌신경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5) 신기능 및 간기능 장애
신장을 통하여 배설되는 약물은 신기능이 저하되면 체내에 축적되어 혈중농도가 상승하고 독성을 나타낼 위험이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주로 신장으로 배설되는 약제의 종류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며, 환자의 신장 기능에 따라 적절히 용량을 조절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아예 사용 금기인 약제도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처방 하에 약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신장 기능은 몇 가지 지표를 통하여 정량화할 수 있는 반면, 간기능의 정도를 정량화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간기능에 따른 항생제의 용량 조절에 대한 원칙은 제대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간에서 대사되고 배설되는 항생제를 간기능이 나쁜 환자에게 사용하는 경우 부작용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6) 감염부위
환자 측 요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부위입니다. 감염부위에 따라 항생제의 종류는 물론 투여경로 및 투여용량 등도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감염증은 혈관 내부가 아닌 신체의 어떤 특정 부위에서 생기며, 감염 부위에서의 항생제 농도에 따라 치료효과가 결정됩니다. 따라서 항생제 종류에 따라 인체의 어느 부위로 잘 침투할 수 있는지를 미리 알고 있어야 부위별 감염증에 대한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인 급성 세균성 뇌수막염과 폐렴은 원인균이 동일하게 폐렴알균이지만, 두 질환을 치료할 때 항생제 선택 및 용법, 용량은 전혀 다릅니다. 심장 판막이나 뼈, 관절, 괴사조직 등에도 항생제의 침투가 잘 되지 않으므로 고용량의 항생제를 장기간 투여해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항생제의 배설 경로에 따라 항생제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담도를 통하여 배설되는 항생제는 담즙 내에서 높은 농도로 농축되므로 담관염 등의 치료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신장으로 배설되는 항생제는 요로감염의 치료에서 훨씬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감염부위에 피고름 등이 고여 있으면 항생제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외과적으로 피고름을 뽑아낸 후 항생제를 사용하여 치료해야 효과적입니다. 또한 인공 관절이나 척추 고정을 위해 금속성 이물질이 삽입되어 있는 경우, 이들 인공 삽입물 주변의 감염을 완치시키기 위해서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물질은 국소 방어기전을 방해하고, 세균이 달라붙기 쉽게 만들며, 면역세포의 탐식작용과 항생제의 침투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5. 가장 좋은 투여 방법과 용량은?
가장 효과적인 투여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약리학적 이론(약동학/약력학)을 기초로 해야 합니다. 약동학은 투여한 항생제의 흡수-분포-대사-배설의 결과 얻게 되는 혈중농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어떻게 변하고, 조직과 체액에 나타나는 항생제의 농도는 시간에 따라서 어떻게 변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그리고 약력학은 항생제의 농도와 효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이들 약동학/약력학에 기초한 항생제 용법, 용량 결정은 치료효과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특성을 ‘농도-의존형(concentration-dependent) 살균효과’라고 하며,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항생제가 여기에 속합니다. 즉, 각 항생제의 약력학적 특성에 따라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투여하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6. 배양결과가 나온 후 항생제를 바꿀 것인가?
초기에 경험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한 경우, 배양결과와 항생제 감수성 결과에 따라 적합한 항생제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가능한 원인균에 적절하게 항균범위가 좁은 항생제로, 독성이 약한 항생제로, 그리고 같은 효과라면 비용을 고려하여 저렴한 항생제로 변경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초기에 경험적으로 선택했던 항생제가 감수성 결과 내성으로 확인된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주치의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변경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경험적으로 사용했던 항생제가 분명히 치료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나중에 약제 내성으로 확인되더라도 항생제를 꼭 변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7. 언제까지 치료할 것인가?
항생제 사용을 시작한 시기도 중요하지만 항생제를 중단하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항생제를 지나치게 장기간 사용하면 비용, 부작용, 내성 유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너무 짧게 사용하면 재발하거나 충분한 치료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보통은 임상적으로 감염의 증상, 징후가 사라진 후 3~5일 정도면 항생제를 중단할 수 있으나, 감염의 종류, 환자의 면역상태, 원인 미생물의 종류 등에 따라 항생제 사용 기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각 질환에 대해 알려진 최소한의 항생제 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8. 항생제 스튜어드십이란 무엇인가?
항생제가 개발된 이후 항생제 사용에 따라 항생제 내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은 항생제 사용이 증가할수록 발생하는데, 각 환자는 항생제 노출이 증가할수록 내성균을 획득할 위험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내성균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감염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지는 않지만 병원에 입원한 다른 면역저하 환자에게 전파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몇가지 내성균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여 전수 또는 표본 감시를 하고 있습니다. 내성균의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항생제를 적절하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하여 항생제 스튜어드십이라는 체계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항생제 스튜어드십은 항생제를 사용할 때 효과는 유지하면서 내성 발생을 줄이고, 비용 발생을 최소화하는 전략 수행체계입니다. 항생제 스튜어드십은 모든 의료기관에서 적용 가능하며, 담당 부서를 구성하여 항생제 사용 현황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피드백 하며, 승인을 통한 항생제 제한, 미생물 검사 결과 관리, 임상 진단 및 결정을 보조하게 됩니다.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운영을 통하여 의료기관은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줄이고 환자 각각에 최적화된 항생제를 선택하고 적절한 용량·용법의 항생제를 필요한 기간만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항생제의 부작용은 항생제의 계열에 따라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부작용도 있지만, 대부분은 개별 약제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같은 계열의 항생제군 내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교차반응이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항생제를 처방하는 임상의는 계열별 특징적인 부작용도 알고 있어야 하지만, 개별 항생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환자가 과거에 부작용을 경험했던 적이 있는 약제는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환자들도 본인들이 중증 부작용을 경험한 경우에는 그 부작용이 어떤 약제에 의한 것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항생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의 예를 몇 가지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혈액학적 부작용
혈액학적 부작용은 다양한 항생제들에 의해 흔히 발생하며 빈혈, 백혈구 감소증, 혈소판 감소증 등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중에서도 백혈구 감소증과 혈소판 감소증이 항생제 치료와 관련하여 가장 흔히 발생하며, 베타락탐계 항생제와 설파계 성분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빈혈은 비교적 드물게 발생하는데, 베타 락탐계의 경우 자가면역 용혈빈혈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트리메토프림-설파메톡사졸(trimethoprim-sulfamethoxazole)은 엽산 결핍에 의한 거대적혈모구빈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많이 사용하였던 클로람페니콜(chlorampenicol)은 비가역적인 재생불량성 빈혈을 일으킬 수 있는데, 용량과 무관하게 발생하며, 투여 경로에 따라 경구, 직장, 국소 혹은 근육으로 투여 시에 발생하고, 정맥 투여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혈소판 기능장애를 일으켜 출혈성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제도 있습니다.
2. 과민반응
항생제에 의한 과민성 부작용으로 약열(약에 의한 발열), 약물 발진, 아나필락시스,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약물 유도성 전신홍반루푸스, 광독성 반응 등이 있습니다. 약열은 항생제의 가장 흔한 과민성 부작용으로, 입원환자 발열의 약 10~15%가 약열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약열은 항생제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으나, 항생제 이외의 약물에 의해서도 많이 유발되므로 약열을 일으킨 원인 약제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감염증의 증상은 호전되고 있는데 특별한 원인 없이 다시 열이 나는 경우에는 약열이 아닌지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대개는 원인 약제를 끊은 후 72시간 이내에 정상 체온으로 회복됩니다. 약물 발진은 약열을 유발하는 거의 모든 약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소적으로 가볍게 나타날 수도 있으나 전신성으로 심하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피부 소견은 반구진발진에서 표피가 벗겨지는 스티븐스존슨증후군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 출혈반 양상을 나타낼 수 있으며, 거의 모든 경우 임상경과에 따라 소양증(가려움증)이 동반됩니다. 반코마이신을 빨리 주입하는 경우 히스타민 매개반응으로 안면부위가 붉게 달아오르는 홍인증후군(redman syndrome)을 보일 수 있습니다.
아나필락시스는 베타락탐계 항생제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데, 페니실린 쇼크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약물 투여 전에 피부반응 검사로 선별검사를 시행하지만 페니실린 외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페니실린의 경우도 100% 예측하지는 못합니다.
3. 신경계 부작용
항생제는 다양한 신경학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각한 부작용에는 뇌염, 발작, 신경근육 차단, 근육 강직, 이(耳)독성, 실명 등이 있습니다. 신경근육 차단은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열 항생제를 폐에 분무형태나 복강 세척과 같이 다량으로 흡수될 때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 일시적인 호흡정지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독성은 아미노글리코사이드나 에리트로마이신을 비경구적으로 투여할 경우 가장 흔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독성은 달팽이관 이상에 의한 청력소실과 전정기관 이상에 의한 어지럼증으로 구분되며, 아미노글리코사이드의 경우 대부분 이 두 가지가 모두 관련됩니다. 달팽이관 독성으로 인한 청력소실은 비가역적이며, 장기간 혈중 아미노글리코사이드 농도가 높게 유지된 경우에 발생합니다. 반면 어지럼증은 대개의 경우 약을 중단한 후 2~3일 이내에 없어집니다. 항생제와 관련된 실명은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항결핵제 중 에탐부톨(ethambutol)에 의한 시신경 독성으로 유발될 수 있습니다. 체중 kg당 25 mg 이상의 용량으로 사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으며,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항결핵약 중 에탐부톨을 투약중인 환자가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 시력변화를 느낀다면 정밀한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4. 심장 부작용
항생제는 심장 부작용을 잘 유발하지는 않으나, 퀴놀론과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 중 일부가 심장 전도장애를 일으켜 심실성 부정맥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평소에 심장 전도장애가 있던 환자나 다른 심장전도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약제를 복용 중인 환자가 해당 항생제를 사용할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드물게 저혈압을 유발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5. 위장관 부작용
많은 약물들이 구역, 구토 등 위장관계 부작용을 유발하는데, 항생제도 예외는 아닙니다. 항생제 중에서는 마크로라이드(macrolide)계 항생제를 경구 투여할 때 부작용이 흔하며, 심한 경우에는 약물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항생제 관련 설사는 다양한 기전으로 유발됩니다. 항생제가 대장의 상재균의 변화를 초래하여 독소를 분비하는 세균이 번식하면서 독소에 의한 설사를 하는 위막성 대장염이 일어나는 경우와, 대장의 상재균의 변화로 탄수화물 발효 장애를 유발하여 장관 내강의 삼투성 농도가 증가하여 설사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개 근위부 위장관에서 90% 이상 흡수가 되는 경구용 항생제들은 구역, 구토, 자극성 설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6. 간 부작용
항생제에 의한 간 부작용으로는 약제 유도성 간염, 담즙 분비장애, 간 괴사 등이 있습니다. 경미하고 일과성인 혈청 아미노전이효소의 상승은 매우 다양한 약제에 의해 흔히 발생하며, 약제를 중단하면 수일 내에 회복됩니다. 담즙 분비장애는 항생제 이외의 약물에 의하여 흔히 유발되며, 항생제 중에는 에리트로마이신이 가장 흔한 유발 약제입니다.
7. 신독성 부작용
신(콩팥)독성은 사구체성 혹은 세뇨관성 독성으로 나타나며, 다양한 항생제에 의하여 유발됩니다. 아미노글리코사이드와 반코마이신, 콜리스틴이 대표적인 신독성 항생제입니다.
아미노글리코사이드에 의한 세뇨관 기능장애는 대개 하루 여러 번 투여하는 요법을 2주 이상 정맥 투여 시 발생합니다. 아미노글리코사이드 사용을 가능한 2주 이내로 줄이고, 1일 1회만 투여하면 신독성 발생이 매우 낮습니다. 반코마이신은 기존의 신부전증, 다른 신독성 유발 약물과의 동시 투여, 고령, 탈수 등의 위험인자가 있을 때 신독성을 잘 유발합니다. 신독성이 유발된 경우 투여를 중단하면 대부분의 경우 신기능은 회복됩니다. 콜리스틴은 대부분 신장에서 대사되면서 구성물질이 세뇨관에 축적되면서 급성 세뇨관 괴사를 유발하면서 신독성이 발생하게 되는데, 콜리스틴을 사용하는 환자의 약 50%에서 발생합니다. 대부분 사용 5일 내에 신독성이 발생하고 고령, 패혈증, 다른 신독성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 발생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8. 기타 부작용
기타 부작용으로는 정맥염, 관절병증, 힘줄염과 힘줄 파열, 피부 변색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퀴놀론은 어린이의 연골형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므로 어린이에게 기본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2~4주 정도의 비교적 단기간 사용으로는 연골발생장애나 관절병증을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항생제 관련 부작용은 약물을 중단하면 가역적으로 신속히 회복되지만, 아미노글리코사이드의 이독성과 같이 비가역적인 독성도 있으며, 스티븐스존슨증후군과 같이 매우 치명적인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항생제 사용 기간 동안에는 부작용의 징후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아나필락시스로 인한 쇼크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과거 부작용의 병력 조사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합니다.
1. Mandell, G. L. (2000). Mandell, Douglas and Bennett's Principles and Practice of Infectious Diseases.
2. Tamma, P. D., Aitken, S. L., Bonomo, R. A., Mathers, A. J., van Duin, D., & Clancy, C. J. (2023). Infectious Diseases Society of America 2023 Guidance on the Treatment of Antimicrobial Resistant Gram-Negative Infections. Infectious Diseases Society of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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