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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보육대란은 왜 해마다 반복되는가?
작성자 백성운입니다 작성일 2015-12-30 조회수 1477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살에서 5살까지의 모든 아동에게 정부가 학비와 보육료를 지원하는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 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의회, 교육청의 갈등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과 강원. 세종, 광주, 전남·북 등 6곳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무상보육' 대선 공약이니 중앙에서 국비로 부담해주라면서 '어린이집' 과정에 필요한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고, 경기도도 미편성된 상태다. 반면에 교육부는 누리과정 예산이 시도교육청의 의무 지출경비가 됐기 때문에 지방 재정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는 물론 130만 명이 이용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문제다. 이른바 보육대란이 눈앞에 왔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가? 그것도 반복해서 말이다. 작년 이맘 때도 꼭 같은 현상이 일어나 옥신각신 끝에 임시방편으로 처리했다. '시도교육청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 지원하되, 부족분은 지방채를 발행하여 충당하고, 그 이자는 국가가 부담한다'는 어정쩡한 처리였다.

 

모든 문제에는 현상과 본질이 있다. 문제의 해결은 본질을 보고 해야 한다. 현상만 보고 해결하면 해결된 듯 멀쩡해 보여도 또 문제가 터지기 마련이다. 이 보육대란 문제의 본질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기 해야할 일, 즉 정부기능에 대한 배분을 합리적으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군신신(君君臣臣)부부자자(父父子子)란 말이 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만일 임금이 신하처럼 신하는 임금처럼 처신하고, 아비가 아들처럼 아들은 아비처럼 뒤바꿔서 행동한다면 나라나 집안 꼴은 엉망이 될 것이다. 그야말로 위아래도 없고, 질서도 기강도 흐트러지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분간이 되지 않은 채 서로 뒤엉켜 다투고 분열하기 마련일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도 ‘중중지지(中中地地)’라야 한다. 중앙은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지방은 지방대로 할 일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사실 어떤 나라도 단일의 중앙정부가 모든 정부 일을 전담 수행하는 완전한 집권국가도 없고, 그렇다고 지방정부만으로 구성하여 모든 정부 일을 분산 처리하는 완전한 분권국가도 없다. 모든 나라는 이 양극단의 중간 형태에서 중앙과 지방이 상호관계를 맺으며 기능을 적정히 분담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앙과 지방이 서로 상대방을 탓하며 내 일이 아니고 내 책임도 아니라고 맞선다면 나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하고 뒤엉킬 수 밖에 없다. 일의 배분은 곧 ‘돈의 배분’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면 중앙정부가 그 필요 재원을 책임 확보해야 하고, 지방이 해야 할 일이라면 지방이 책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이 돈은 지원해주지 않으면서 중앙 일을 지방에다 내려 보낸다면 당연히 지방은 반발할 것이고, 반대로 지방이 할 일은 않으면서 중앙의 재정지원 타령만 할 때는 중앙은 분노할 것이다.

 

누리과정 무상보육을 둘러싼 예산투쟁은 정부간 기능과 재원 배분에 대한 무원칙이 빚어낸 갈등의 극치를 보여 준 것이다. 기능배분에 대해서는 1년내내 가만 있다가, 연말 예산 편성 때가 돼서야 서로 부담해야한다고 외쳐대니 갈 데까지 가보자는 극한상황이 되는 것이다. 올 해도 결국에는 또 1회용 처리로 결말날 것이다. 그런데 본질에 대한 처방이 없다면 내년에도 또 이런 난맥이 반복되지 않을 수 없다. 교육, 보육이 국가 기능인지 지방 기능인지는 내 의견도 갖고 있지만 이 자리에서 답할 입장은 아니고 때도 아니다. 중앙과 지방이 연말이 되어서 고개를 쳐들 일이 아니라 새해 들어가서 머리를 맞댈 일이다.

 

2015. 12. 30

백 성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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